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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남는 무대? 광장서 부른 '민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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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기억남는 무대? 광장서 부른 '민중의 노래'"

    [노컷 인터뷰 ②] 뮤지컬 배우 조휘

    뮤지컬 배우 조휘. (제공 사진)

     

    “포털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면, 조관우 씨 아들이 먼저 나와요.” 만나자 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부터 던지는 뮤지컬 배우 조휘. 그는 스스로를 향해 ‘유명하지 않은 배우’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의 말대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는 뮤지컬 관계자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실력파’로 꼽히는, 올해로 데뷔 16년차 중견 배우이다.

    2002년 뮤지컬 ‘블루사이공’으로 데뷔, ‘영웅’(09~12), ‘몬테 크리스토’(10, 13), ‘노트르담 드 파리’(13), ‘페스트’(16) 등 다수의 무게 있는 뮤지컬에서 활약했다.

    조휘는 지난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에서 공연하다 장소를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로 옮겨 28일 개막하는 뮤지컬 ‘오! 캐롤’에서 데이브 역으로 새롭게 캐스팅됐다.

    인터뷰 뒤 이어지는 일정이 있어, 간단히 진행하려 한 인터뷰는 그의 화려한 언변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예상 시간을 넘겼다. 인터뷰 주제 또한 ‘오! 캐롤’을 넘어 현 시국과 한국 뮤지컬 환경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번졌다.

    옆에서 인터뷰 내용을 듣던 홍보팀 직원이 “작품 얘기 좀 하시라”고 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산을 넘어 우주로 갈 분위기였다. 다음은 유쾌함과 진지함을 두루 겸비한 배우 조휘와의 인터뷰 1문 1답이다.

    <기사 순서="">
    ① "'록키' 공연 취소된 아픔, '오!캐롤'로 치유했죠"
    ② "가장 기억남는 무대? 광장서 부른 '민중의 노래'"
    끝.

    뮤지컬 배우 조휘. (제공 사진)

     

    ▶ 프로필을 보니 ‘체육교육학과’ 출신이더라. 어쩌다가 연기의 길로 갔나.
    = 원래 관심이 많았다. 관련 과로 진학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셨다. 대학서 연극 동아리에도 들어갔다. 내가 재밌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 싶어 배우를 선택했다. 꼭 전공에 맞춰 직업을 갖지는 않더라.

    ▶ 그래도 전공자가 아니라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 첫 데뷔는 운 좋게 했는데, 관련 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 이후에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견디고 계속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지금 나는 그다지 유명하지도,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도 않은 배우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작품 수도 어느 정도 있고, 화려하진 않지만 정직한 길을 걸어오지 않았나 싶다.

    ▶ 배우의 길을 선택한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
    = 최근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열린 촛불집회에서 광화문광장 100만 시민들 앞에서 노래를 한 적이 있다. 뜻 있는 뮤지컬 배우·연출·음악가들이 뭉쳐,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불렀다. 10여 년간 무대에서 만난 관객 수를 다 합쳐도, 그날 모인 시민보다 적다. 그때의 뿌듯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당시는 2016년 11월 26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만 130만 시민이 모인 날이다.

    2016년 11월 26일 제5차 촛불집회에서 '민중의 노래'를 부른 시함뮤(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배우들).

     

    ▶ 기억난다. 나도 그때 현장에 있었다.
    = 뮤지컬이 비싸서 나름 고급문화라고 하지 않나.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티비처럼 튼다고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찾아온 관객이 아니라 우리가 극장 밖으로 나가 이게 뮤지컬이라고 알렸다. 하나의 목소리로 “노예처럼 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자부심이 컸다. 뉴스로 보도되고, 그걸 본 사람들이 ‘나도 광장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촛불집회에 계속 참여하고 있나.
    = 지금까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 ‘블랙리스트’에 오르겠는데.
    = 그 9000여 명이라고 알려진 블랙리스트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이제 새로 만들면 올려주지 않을까.(웃음)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상황 자체가 웃기면서도 슬프다.

    ▶ 말이 나온 김에 묻겠다. ‘블랙리스트’는 어떻게 생각하나.
    =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전으로 돌려놨다”고 했는데, 공감한다. 뮤지컬만 얘기해 보자면, 내가 이번에 ‘오! 캐롤’에서 뮤지컬 1세대 남경주, 최정원 배우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설레는 일이다.

    한국 뮤지컬 역사가 짧은데, 그분들이 한 일이 많다. 그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관객문화도 성숙해지고, 배우는 배우대로 공연은 공연대로 성장하는 등 공연계 나름대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국가를 운영해야 할 분들이 자기 자신들 뜻과 다르다고 해서 명단을 만들어 불이익을 줬다. 도움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 다양한 생각을 한다. 나는 배우인데, 배우는 뭐 하는 사람이고, 공연은 어떤 의미가 있고, 국가는 왜 존재해야 하나 등.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선생님 역을 맡은 적이 있는데, 선생님께서 100여년 전에 ‘동양평화’론을 말씀하셨다. 서로 이해하고, 침략하지 않고, 인정하고, 배려하면 평화로워질 것이라는 내용인데, 지금까지 안 이뤄졌다. 최근 그 공연이 많이 떠오른다. 배우는 공연을 통해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뮤지컬 ‘오! 캐롤’이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 내가 ‘록키’가 공연 취소되면서 받았던 상처가 치유됐듯이,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또 관계가 좋지 않은 연인들은 사랑을 재확인하고, 삶의 시너지를 줄 것이다. 장르별로 관객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오! 캐롤’에는 사랑, 용기, 희망 그리고 우정이 담겨 있다.

    뮤지컬 배우 조휘. (제공 사진)

     

    ▶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
    = 대부분 배우처럼 캐릭터를 보지만, 그 보다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본다. 전공이 체육이라 예를 이렇게 들자면, 아무리 홈런 잘 치는 선수가 있어도 팀이 우승 못하면 선수로서는 불운하다고 생각한다. 캐릭터가 아무리 좋고 비중이 있어도, 관객에게 좋은 작품이라고 회자되지 않으면 슬플 것 같다.

    ▶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이 있다면.
    = 5~10년 뒤 ‘미스사이공’에서 엔지니어 역에 도전해보고 싶다. 창녀촌 포주 역인데 우스꽝스럽고 개인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그 시대 그렇게 살 수밖에 없던 불쌍한 인물이다.

    ▶ 마지막 질문이다. ‘록키’ 사태로 아픔도 겪고 했는데, 한국 뮤지컬이 더 발전하려면 어떤 게 필요하다고 보나.
    = 나는 ‘록키’ 사태가, 역사가 짧기 때문에 생기는 피할 수 없는 ‘성장통’ 같다. 문화계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영화계가 간 흐름의 10년 전이 뮤지컬계이다. 외국 것 베끼고, 투자가 많아지고, 작품 수는 늘어나는데 되는 작품은 별로 없고, 돈은 한 군데로 몰리고, 열악한 제작사는 쇠락하고.

    공연 제작 환경이 많이 개선돼야 한다. 표준근로계약서 작성하고, 페이(pay)가 미지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를 얘기 안 할 수가 없다. 그들처럼 형식적으로 말하면 ‘노동조합’과 같은 배우 협의체 같은 게 생겨야 한다. 그리고 그런 역할은 현재 영광을 누리고 있는 이름 있는 분들이 주도하셔야 한다.

    ‘록키’ 때 페이 1원도 못 받았다. 그런 일이 2017년에 일어난 거다. 제작사도 힘드니까 그렇게 공연 하루 전에 취소를 결정했을 거다. 그러면 제작사는 왜 힘든지도 생각해봐야지. 그리고 민간에서 못하면 국가가 지원해줄 방법은 무엇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고.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

    ▶ 상심이 컸겠다.
    = 페이 미지급은 사실 작은 부분이다. 배우는 2~3달을 고생해서 인물을 만드는 거지 않나. 지점토로 살을 붙이고 움직이지 않는 인형에 숨을 불어넣어서 움직이게 만드는 건데, 이렇게 사람을 만들었더니 뛰어놀 공간, 표현해 낼 공간이 없어졌다.

    배우와 스태프 100여 명이 하루아침에 해고된 거다. 그나마 나야 그동안 해놓은 게 있으니 다른 공연이라도 바로 하지, 앙상블 팀은 공사판에서 노동하고, 발렛 파킹 알바하고 했다더라. 그런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나는 딱 중간 위치에 있는데, 후배들이 내 위치 됐을 때는 이런 ‘공연 취소’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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