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오는 24일로 예정된 최종변론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지를 22일 이전에 밝히라고 못 박았다.
직접 출석하더라도 최종변론 기일은 재판부가 정한 날짜를 따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3월 둘째 주까지 '8인 재판관 체제' 선고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박 대통령 측의 최종변론 연기 요청에 사실상 꿈쩍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0일 15차 변론에서 "일반인도 아니고 대통령이 출석하는 데 예우 등 저희로서는 준비할 부분이 여러 가지 있다"며 "다음 변론기일인 22일 전까지는 출석 여부를 확정해달라"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또, "박 대통령이 출석한다고 하면 재판부가 정한 기일에 출석해야 한다"며 "변론 종결 후에 출석한다고 기일을 열어달라는 것은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최종변론에 출석할 경우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을 신문할 수 있고, 재판부 질문도 가능하다고 논란의 여지도 없앴다.
이 권한대행은 "출석한다면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게 상황 파악이나 박 대통령 입장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법은 "소추위원이 탄핵심판의 변론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인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 대통령 측은 박 대통령이 최종변론에 출석해 신문받지 않고 최후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헌재법을 해석했지만, 재판부가 일축한 것이다.
이 권한대행은 "출석하실 예정이냐"고 물었고, 이 변호사는 "출석 여부를 상의해 보겠다"고만 답변했다. 이 권한대행은 "꽤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출석 여부에 따라 변경될 여지는 남아 있지만 박 대통령 측이 최종변론을 다음 달 2~3일쯤으로 연기해달라고 한 요구도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여지긴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 측이 다시 신청한 고영태씨 증인채택은 불허됐고,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도 소추사유와 큰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성에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면서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서 신문을 받는다는 게 국가 품격에 맞겠냐"고 말했다.
이종환 (가운데)변호사 (사진=황진환 기자)
국회 측 신문과 재판부 질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 출석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진 것으로 보인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만약 출석하면 1시간 내외로 신문할 사항을 준비하고 있다"며 "탄핵사유 전반에 관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다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재가 박 대통령 출석에 대한 재판부 결정사항을 밝힌 뒤 전 대한변협회장을 지냈던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이날 오후 변론을 요구했지만, 묵살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어떤 변론을 할지는 밝히지 않은 채 개인 질환을 이유로 점심 식사 이후 변론을 열어달라고 했고, 이 권한대행은 "재판은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날 변론을 매듭지었다.
김 변호사는 "저는 오늘 하겠다.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고 고성을 질러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고,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충분한 기회를 드리겠다"며 퇴정했다.
헌재가 이처럼 강경 입장을 밝힌 건 박 대통령 측이 대거 증인신청을 해놓고도 증인 상당수가 불출석하면서 심리가 지연되는 걸 막고, 이 권한대행 퇴임(3월 13일) 전까지는 선고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변론에서는 당초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해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3명의 증인신문이 예정됐지만, 방기선 전 청와대 행정관만 출석했다.
박 대통령 측은 "24일 출석은 가능해 보인다"며 김 전 실장의 증인신청을 유지했지만, 이 권한대행은 "또 불출석하면 철회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방청석에서 보시는 분들에게 안 좋을 것 같다"고 증인채택을 직권취소했다.
헌재는 오는 22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을 다시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지만, 안 전 수석은 불출석사유서를 냈고 최씨의 출석 역시 불투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