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억눌리고 살았던 수컷들이여 일어나라""여자에게 복수하고 싶은 남자(여친, 가족, 와이프 등 모든 여자)"
'남원상사' 측은 논란 문구를 모두 삭제했지만, SNS에는 제작진의 태도를 지탄하며 이전 공고를 게시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트위터 화면 캡처)
케이블 방송채널 XTM이 오는 4월 방영 예정인 새 프로그램 '남원상사'를 런칭하며 "여성에게 복수하고 싶은 남자"를 주제로 표방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XTM 측 설명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 제목은 '남자 원기 상승 주식회사'의 줄임말이다.
이들이 참가자를 모집하며 온라인에 올린 공고에는 "여자들에게 억눌리고 살았던 수컷들이여 일어나라. 남원상사를 필두로 남자들의 영역 확장이 시작된다"는 글귀가 적혀있다.
구체적인 고객 모집 조건에는 "여자에게 복수하고 싶은 남자(여자친구, 가족, 부인 등 모든 여자)", "수컷 자존심에 상처입은 영혼" 등이 항목으로 포함됐다.
프로그램의 소개 문구에 담긴 "여성에게 복수" 등의 문구가 편협하고 자극적이라는 여론에 '여성혐오' 논란까지 불거지자 XTM 측은 지난 22일 '모집 공고' 내용을 수정하고 나섰다.
24일 오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정 문구에는 논란이 됐던 표현이 모두 빠졌다. 대신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말 못했던 고민들" 등의 글귀가 추가됐다.
고객 모집 조건도 기존의 7가지에서 4가지로 줄었지만 그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슬아 사무국장은 2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자에게 복수하고 싶은 남자'라는 표현이 재미있는 말이라는 의식 자체가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 국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안전이별', '이별범죄' 등 문구가 나올정도로 남성의 여성에 대한 복수범죄 행위가 잇따르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한 상황"이라며 "남원상사의 초기 문구는 이런 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상황에 이런 프로그램이 나온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우려를 표했기 때문에 문구도 수정됐을 거다"라며 "남성의 자존심 상처는 알맞은 원인에 가서 찾아라. 잘못 짚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어느날 갑자기 이유 통보 없이 표현이 바뀐 것도 문제"라며 "공식적인 의견 없이 스리슬쩍 프로그램 소개를 바꾼 것을 두고 문제제기를 하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이 입길에 오른 이유는 표현, 주제가 전부는 아니다. 과거 성차별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됐던 개그맨 장동민 씨를 섭외한 것부터 프로그램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국장은 "개인 탓으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라며 "그런 발언을 '재밌다', '문제없다'고 여기는 제작진, 그 조직문화에서 불거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수'라는 단어는 전혀 재미있지 않다"고 강조하며 "누군가를 차별하는 발언이 웃음의 코드로 인식되는 건 함께 바꾸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덧붙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