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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13일째 광화문광장 텐트서 새벽을 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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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113일째 광화문광장 텐트서 새벽을 연 시인

    송경동 "봄이 온다…'자연의 봄'과 함께 새로운 '민주주의 봄'이 온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17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탄핵과 특검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다시 100만 촛불이 운집한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이날 저녁 8시 무렵, 정의롭고 평등한 새 세상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커다란 함성이 울려 퍼지는 와중에 만난 시인 송경동(50)은 초췌했다. 지난해 11월 4일, 대통령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두 번째 촛불집회 때부터 이날까지 113일째 이곳 광장에 꾸려진 캠핑촌 텐트에서 아침을 맞으며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까닭이다.

    '캠핑촌에서 지내는 동안 추위 등 고비가 많지 않았나'라는 물음에 송경동은 "사실 많이 힘들었다"며 답변을 이어갔다.

    "이제 며칠 있으면 (캠핑촌 생활) 4개월째예요. 추운 겨울을 광장에서, 벌판에서 지냈어야 했죠. 캠핑촌에 들어온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시대의 새로운 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잘 버텼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이 광장을 지키면서 살아왔습니다. 봄이 거의 다 왔어요. 이제는 자연의 봄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새로운 민주주의의 봄이 올 겁니다."

    그는 "안타깝다"는 말로 탄핵 국면을 관통해 오는 동안의 소회를 전했다.

    "박근혜가 최소한의 상식이나 기본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해 말 수많은 주권자의 명령이 있었을 때 당장 (자리에서) 내려왔어야 합니다. 지금 지지율 2, 3% 밖에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이랍시고 저렇게 청와대를 지키고 않아 있는 것 아닙니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춘, 정책조정수석 안종범, 문체부 장관 조윤선 등등 다 구속됐잖아요. 그 정도 만으로도 부끄러운 줄 알고 당장 내려왔어야죠. 그런데 지금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고 저렇게 버티고 있습니다. 그것 자체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에요. 범법자 한 사람 때문에 온 나라가 이렇게 힘듭니다."

    ◇ "박근혜 탄핵은 기정사실…다른 상상 할 수도, 해서도 안되는 일"

    25일 어둠이 내린 서울 광화문광장 한켠에 시인 송경동이 서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송경동은 최근 불거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말미 박 대통령의 자진 하야설을 두고 "가당치 않은 소리"라고 선을 그었다.

    "박근혜 탄핵은 기정사실입니다. 다른 상상은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일이에요. 1000만 명을 훌쩍 넘는 국민들이 17주에 걸쳐서 전국의 거리로 나오며 이미 대통령에게 위임했던 권력을 몰수했습니다. 검찰과 특검, 국정조사 특위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범법 사실이 너무 많이 밝혀졌어요. 진작에 물러났어야죠. 이제 와서 구속 당하기 싫으니까 자진 하야설이니 뭐니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가당치 않은 소립니다. 탄핵심판 받고 구속돼야 합니다."

    그는 촛불항쟁 이전부터 작품과 행동을 통해 세월호 참사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을 외면했던 박근혜 정권을 강하게 비판해 온 저항시인이다. 촛불항쟁을 대하는 감회가 남다를 법한데도, "(촛불항쟁은) 진작에 있었어야 할 일"이라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 때 이미 국가도 아니었고, 정부도 아니었고 대통령도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때 응징이 됐어야 해요. 그런데 저렇게 악독하게 버티니 방법이 없었던 거죠. 뒤늦었지만 다행입니다. 지금과 같은 민심의 폭발, 사회적 저항이 수십 번도 더 일어났어야 하는 사회예요. 아시다시피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젊은이들은 'N포세대'나 '흙수저' 인생을 살고, 1100만 명의 이웃이 비정규직이라는 미래가 없는 삶으로 내몰려 고통받고, 그러면서 자살공화국이 되고…. 이러한 일만 봐도 이미 갈아엎어도 몇 차례나 갈아엎었어야 할 세상이잖아요."

    "이번 기회에 촛불로 한국 사회의 모든 불의와 부정, 고통과 아픔을 청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송경동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근혜와 그 부역자 몇 명을 감방에 보내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실제 사회가 변해야 해요. 새로운 사회의 윤리와 의제가 들어서야 하는 거죠. 그것은 최소한 1100만 비정규직의 고통이 없는 세상, 청년세대들이 N포세대·흙수저로 내몰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 불공정이 없는 사회, 그리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의 토대와 기틀이 확고히 서는 사회, 핵 없는 사회로 이전해 가는 소중한 시간이어야 합니다."

    ◇ "진실은 이긴다…정의가 이긴다…우리는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17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햇불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송경동은 "진실은 이긴다" "정의가 이긴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간단한 말이지만, 그러한 믿음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든 최선을 다해야죠. 나와 우리 모두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까요. 박근혜와 부역자 몇 명 바꾸는 걸로는 안 됩니다. 소수 기득권층을 위한 불공정한 특권이 여전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소외·고통·아픔이 여전히 이어지면 안 되니까요. 이제부터 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 사회에 드리운 온갖 불의와 부정, 불공정과 특권이 싹 씻겨 나가고, 조금은 더 맑고 밝은, 모든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공평하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가야 해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 힘들더라도 거리와 광장으로 나온 우리 주권자들의 직접 민주주의 행동이 계속 이어져야겠죠."

    "정권 교체는 당연히 될 것이지만, 거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그는 역설했다.

    "정치권은 늘 광장의 눈치를 보면서 뒤따라오고, 정략적인 계산을 합니다. 야권은 박근혜 탄핵소추안 통과되고 난 뒤에 잘못된 박근혜표 반민주·반민생·반평화 법안들을 모두 폐지시켰어야 해요. 박근혜 정권 아래 자행됐던 공작정치, 공안탄압 등도 국정조사에서 모두 밝혔어야 합니다. 그리고 황교안을 비롯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각 등 대표적인 공범, 부역자 그룹도 인정하지 말았어야죠. 그들을 끌어내리는 데 야당이 앞장섰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전혀 진전되지 않았어요. 그 과정을 봤을 때 그냥 얼굴만, 당 이름만 바뀌는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서 박근혜로 대표됐던 특권과 불공정, 불의와 부정이 얼마나 바뀌겠습니까."

    송경동은 "이러한 우려를 많은 촛불 시민들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박근혜를 퇴진시켜 나가는 것, 한국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는 것은 정부나 국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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