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은 2시간 일찍 퇴근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정책을 발표하자 전시·공연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금요일 퇴근 시간이 오후 4시로 앞당겨질 경우 전시장이나 공연장을 찾는 직장인 등의 발걸음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26일 전시·공연계에 따르면 금요일은 토요일과 함께 '전통적 황금 요일'로 통한다.
국내 대표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의 정기공연 횟수만 따져봐도 총 50회 중 금요일 공연이 16차례로 가장 많다. 토요일(12회)과 일요일(3회) 공연 횟수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금요일은 다음날 출근 압박이 없는 직장인들의 호응이 확실히 두드러진다"며 "금요일 조기 퇴근 제도는 공연 단체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박승현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본부장도 "금요일은 관객이 많은 요일"이라며 "공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식사를 거르거나 스낵 등으로 간단히 때우는 관객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더 여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요일은 공연은 대개 오후 7시30분 또는 오후 8시에 한 차례 열리지만, 조기 퇴근 제도가 시작되면 공연 시간을 앞당기거나 공연 횟수를 추가하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8시 공연을 오후 6시 정도로 앞당기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공연 종료 시간이 빨라지기 때문에 직장인뿐 아니라 가족 관람객까지 공연 수요층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술관들도 금요일 조기 퇴근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술관 대부분이 평일 오후 6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그간 직장인이 퇴근 후 미술관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미술관들은 조기 퇴근이 시행되면 주말에 몰렸던 직장인 관람객들이 평일에도 미술관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으로 1시간 내 접근 가능한 도심 속 미술관들이 주된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의 류임상 학예연구실장은 "정부 정책을 보면서 운영 시간을 포함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라며 "직장인들을 위한 안내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평일 오후 10시까지 문을 여는 신사동 K현대미술관의 김연진 관장도 "조기 퇴근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미술관으로서는 일단 반가운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현재 주말에만 하는 도슨트(전시해설) 프로그램을 조기 퇴근이 시행되는 요일에도 운영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다양한 안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조기 퇴근이 관람객 확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의 안은 한 달에 한 번 월∼목요일은 30분 더 일하고 금요일은 2시간 일찍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을 골자로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소득이 증가하거나 근로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아니다.
한 공연예술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라며 "이번 정책에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공연장 관계자도 "저녁 공연 전에 리허설이 필수적인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공연 횟수를 추가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이번 '불금 4시 퇴근'도 지금까지 나왔던 숱한 탁상행정 중 하나로 본다"고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