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8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독립유공자 포상을 마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생겨나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황↔홍'이라고 적은 필담을 이현재 정책위의장과 나누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황 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 간 경쟁구도를 의미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정 원내대표는 앞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대행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며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탄핵결정 전에 출마결정을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임팩트(impact)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론이 아닌 개인 생각"이라고 전제한 뒤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모든 짐을 져야 하는데 그때 가서 출마하겠다는 것은 굉장한 로드(부담)가 걸릴 테니 지금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마 여부에 조속히 확답을 해달라는 요구다. 당 지도부가 황 대행 출마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기류는 그의 대선가도를 돕는 당내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
당내에선 박근혜 정부 관료 출신을 중심으로 5~6명의 영남권(TK+PK) 현역 의원들이 황 대행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치적 조언 그룹을 결성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청와대와 총리실 출신의 전직 실‧국장급 실무 그룹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밖의 범(凡)여권에서도 '출마 준비' 움직임이 감지된다. 황 대행의 팬클럽인 '황대만(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은 지난 1일 첫 모임을 가졌다.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는 황대만은 지난해 말 발족, 현재 회원 수가 2만 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고위 당직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 대행이 광화문에 캠프를 차렸다는 얘기를 계속해서 들었다"고 말했다.
황 대행의 발언에 '출마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황 대행은 이날 국가조찬기도회 연설에서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시라"며 성서의 잠언 대목을 인용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황 대행 자신의 계획과 무관하게 운명에 따라 불가피하게 출마하는 상황이 생겨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하지만 최근 황 대행의 행보를 토대로 '불출마'로 기울었다는 정반대의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황 대행이 출마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면 '특검 연장' 요구를 받는 등 정치적 행보를 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행은 탄핵이 인용되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황 대행이 '반(反)탄핵' 입장을 견지하면서 일단 보수층의 결집은 일부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차기 대선 다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황 대행은 14.6%의 지지율을 기록해 전체 2위를 탈환했다.
황 대행으로선 최근 하락세를 보이다 3주 만에 반등한 결과다.(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