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故 황유미 사망 10주기… '삼성전자 백혈병' 10년 실타래 풀릴까

경제 일반

    故 황유미 사망 10주기… '삼성전자 백혈병' 10년 실타래 풀릴까

    조정권고에도 최종 합의는 갈 길 멀어… 피해 유가족은 500일 넘게 노숙농성

     

    6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황유미 씨의 사망 10주기를 맞았지만, 삼성과 일부 피해 유족 및 시민단체 간의 갈등은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은 황씨 사망 10주기를 맞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 직업병 해결을 촉구하는 1만인 서명 전달식을 연다.

    이어 같은 날 오후 7시 강남역 8번 출구에서는 '고 황유미 10주기·삼성전자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문화제'를 열어 황씨를 포함한 79명의 삼성전자 산재사망 노동자를 함께 기리고, 삼성본관 및 강남역 4거리 일대에서 반도체/LCD 공정에서 입는 방진복을 입고 79명의 영정피켓과 함께 추모 행진을 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일 반올림은 경기 수원 매탄동의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황씨의 사망 10주기 추모 주간을 선포하고 방진복 행진과 촛불문화제를 진행했고, 4일에는 광화문 촛불광장에서 1만인 서명 운동을 벌였다.

    황씨의 사망 10주기를 앞두고,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이미 지난달 국회 환노위가 청문회 대상으로 발표하면서 다시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삼성 측은 "입법부가 부르면 성실히 답변하겠다"면서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된 마당에 국회 청문회까지 눈앞에 닥치면서 노심초사했던 터였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삼성 측은 "반올림과 10개월째 비공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올림 측은 "교섭 결렬로 대화가 중단된 후 조정위원장의 제안으로 법률대리인만 8차례 만났을 뿐, 협상을 진행한 적은 없다"고주장했다.

    이처럼 삼성 반도체의 집단 백혈병 발병 사건을 세상에 처음 폭로한 기폭제 역할을 했던 황씨의 죽음 이후 10년이 흘렀어도 사태는 현재 진행형에 머물러 있다.

    200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기흥반도체 공장에서 1년 6개월 가량 일했던 황씨는 2007년 23살 나이에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황 씨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같은 해 11월 반올림이 발족됐고, 2008년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4명이 산업재해를 신청하면서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졌다.

    이후 10년 동안 삼성과 피해자 유족 간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법정 공방과 협상의 줄다리기가 이어진 끝에 2012년 삼성 측이 대화의 장에 나섰고, 2014년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공개 사과하면서 교섭이 시작됐다.

    이후 2015년 '제3의 기구'인 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권고안이 발표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올림과 황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등은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51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고, 지난 1월 14일에는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인 김기철(32)씨가 백혈병으로 숨지는 등 삼성전자 집단백혈병 사태의 출구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이 대립하고 있는 쟁점은 크게 2가지로, 우선 반올림 측은 '배제 없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 측은 "조정권고안을 수용해 보상기준을 만들고, 120명에게 총 186억원을 보상했다"며 "과거에 발생한 일에 관해서 대부분 해결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이 조정권고안보다 훨씬 후퇴한 보상기준을 제멋대로 만들어 적용했다"며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2015년 안에 신청하지 않으면 도울 수 없다고 압박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반올림 측은 230여명의 피해사례를 확보하고 있지만, 삼성 측의 일방적인 보상 기준 탓에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보상 신청조차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반올림 측이 피해자들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며 명단의 신뢰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반올림 측은 "삼성의 회유와 압박 때문에 구체적인 정보를 밝힐 수 없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다른 쟁점은 '내용 있는 사과'로, 반올림 측은 삼성이 산업재해 사실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노무사는 "2014년 권오현 대표이사의 사과에는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며 "산업재해 여부도 '추정일 뿐'이라며 방어하고, 직업병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 측은 "피해자 중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있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산보연) 역학조사에서도 삼성전자의 작업환경과 피해자들의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지 못했다"며 "인과관계를 밝히지도 못한 채 법적 책임이 있는 사과를 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2012년 산보연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취급하는 화학제품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한다고 인정했고, 그 다음해에는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화학물질 관리에 상당한 문제점이 전반적으로 관찰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노무사는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 국민들에게는 직업병 책임을 삼성이 제대로 지겠다고 밝히는 사과를 하도록 국회 청문회도 다시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