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건희 동영상이 지난해 공개됐을때 처음에는 의혹의 눈초리가 CJ에 쏠렸었다.
동영상의 촬영시점이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맹희씨와 삼남인 이건희 회장 사이에 소송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CJ는 이 동영상의 유포자들이 CJ에도 매입을 제안했었지만 거절했다고 해명하면서 의혹은 이내 사그라들었었다.
그러나 이 동영상의 촬영을 지시한 사람이 CJ그룹의 한 계열사에 근무하던 50대 전직 직원으로 알려져 구속되면서 상황이 또다시 꼬이고 있다.
CJ측은 해당 직원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회사와는 무관한 개인의 일탈이라며 강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고 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는 등 비상경영 상황을 맞고 있는 삼성은 동영상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을 경계하면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과 CJ와의 갈등이 한두해 걸친 것이 아니라는 점.
삼성과 CJ의 불편한 관계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장남인 맹희씨 대신 삼남이던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선택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형제갈등이 이건희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이 벌인 숙질간 갈등으로 비화된 것은 지난 1993년 CJ그룹 분리때였다.
조카인 이재현 회장이 CJ의 핵심이었던 제일제당 분리를 선언하자 이건희 삼성회장이 인사권을 이용해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
이건희 회장이 꽂았던 이학수 사장이 물러나면서 숙질간 갈등은 일단락 됐다.
두 그룹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고 이병철 회장이 남긴 재산을 돌려달라며 이맹희씨가 지난 2012년 소송을 제기하면서였다.
이 소송과정에 CJ는 당시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며 고소했고 이건희 회장은 이맹희씨에 대해 가시돋힌 발언을 퍼붓기도 했다.
이른바 이건희 동영상이 촬영된 시점이 대략 이 무렵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영상은 두 그룹 갈등의 결과라는 분석이 당시에 제기되기도 했었다.
결국 소송은 이맹희씨측의 상고포기로 마무리됐고 그 뒤 벌어진 이재현 회장의 횡령혐의 재판과정에 이재용 부회장과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가 탄원서를 내면서 두 그룹간 갈등은 사그라드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검찰은 동영상 촬영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전직 CJ직원의 행위에 회사측이 관련된 것이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와 무관한 개인의 일탈이라는 CJ해명과 다른 수사결과가 나올 경우 두 재벌의 갈등은 다시 폭발할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