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국내 전자제품 불매 운동이 확대되고 게임 수입을 금지하는 등 국내 IT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中 최대 게임사 韓 행사 돌연 취소…韓 게임 수입 금지령
중국 최대 게임사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 등으로 유명한 텐센트가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마케팅 상품 발표회 행사 이틀 전인 지난 6일 잠정 연기했다.
텐센트 측은 갑작스런 취소 사태에 사드와는 상관없는 회사 사정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드의 여파로 보고 있다.
앞서 3일 중국의 게임 매체 '게임독'은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版號)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두로 전달했다고 보도하면서 게임 업계 분위기는 얼어붙고 있다.
판호란 게임, 영상, 출판물 등에 대해 중국 정부가 유통 전 단계에 허가해 주는 제도로, "판호를 내주지 않겠다"는 건 한국 게임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판호를 받아 중국에 게임을 수출하는 경우는 문제없지만 신규 출시되는 게임의 경우에는 어떠한 기준이 적용될지 몰라 타격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중국 게임사가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판호 발급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한국 회사에 있는 저작권을 중국 업체로 헐값에 넘기도록 유도하는 등 불리한 계약을 제시할 수 있다. 판호가 발급되더라도 중국 업체가 이 과정을 비용에 포함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국내 게임업계 매출 30%가 중국에서 발생할 정도로 현재 중국 게임 시장 의존도가 상당한 만큼 사드 정국이 길어지면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어 게임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액토즈소프트 구오 하이빈 대표이사는 "공식적으로 한국 게임을 제한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서도 "판호에 대한 심사 기준이 엄격해진 것은 맞거 심사 기간도 길어졌다"고 전했다.
◇ 中 삼성·LG전자제품 불매 운동 확산…가뜩이나 힘든데 '첩첩산중'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집중됐던 경제 보복은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제품 불매운동으로도 확대되면서 중국에서 가뜩이나 고전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중국 환구시보는 지난 1일 "국가 안보는 모든 중국 국민과 연관돼 있고 자동차나 스마트폰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를 제외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이어 "중국은 삼성과 현대에 가장 큰 시장이며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로 이들 기업은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화왕은 '한국 롯데 제압, 삼성 휴대폰도 제압해야하나'라는 기사를 통해 갤럭시노트7 리콜에 차별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모든 문제는 중국 소비자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고 우리는 분명 공평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면서 불매 운동을 조장하는 듯한 내용을 실었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사업은 6250만대 출하량을 기록했던 2013년 이후부터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엔 2360만대에 그쳤다. 시장점유율 역시 2013년 19.7%에서 지난해 5%로 대폭 줄었다.
LG전자는 더 심각하다. LG전자 스마트폰의 2014년 중국 출하량은 60만대에서 매년 약 20% 감소하면서 지금은 중국 시장 점유율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삼성과 LG전자 스마트폰의 입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드 보복마저 이어진다면 회생의 기미는 더욱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이에 LG전자는 중국 시장에 상반기 전략폰 'G6'를 출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LG전자측은 "이같은 결정은 사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도 출시국이 매년 다른 만큼, LG도 매출이 나지 않는 중국 시장은 과감히 접고, 한국과 미국·유럽 등 주력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도 "사드 보복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나 특별한 대안은 아직 없지만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드 불똥튈까' 웹툰 홍보 자제, 굴욕적 계약도…요우커↓ O2O 직격탄 한류 선봉장인 웹툰 등 콘텐츠 업계를 비롯한 중국으로 발을 넓히던 O2O 등 스타트업들도 사드 보복에 긴장하고 있다.
웹툰업계는 작품 홍보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루에 수백 편이 올라오는 중국 만화 플랫폼에서 독자에게 노출되려면 마케팅은 필수지만 지금 같은 한중 분위기에 홍보를 열심히 하다 괜히 눈에 띄어 제재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국내 웹툰 업체들이 최근 중국 웹툰 플랫폼과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저작권과 사업권을 모두 넘기라는 굴욕적인 제안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최대 푸드테크 업체 '식신'은 지난해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와 외식업 매장 제휴를 맺으면서 방한한 요우커들에게 서울 6000여개 맛집 정보 제공에 나섰다. 식신은 특히, 중국 맛집 평가 앱 다중뎬핑(大衆点評)에 한국 식당용 쿠폰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 쿠폰들이 지난 6일부터 소리없이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중국 선불카드 업체인 스마트페이와 한국 숙박, 식사 관련 관광카드를 만들어 서비스하려했지만 중국 현지에서 판매가 막히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숙박 O2O 앱 업체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관광객 등으로 호텔 등 숙박업소 공실률도 줄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업체도 매출이 급등했지만 최근엔 빈 객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호텔타임 관계자는 "사드의 직접적인 여파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판매를 요청하는 등록객실 수가 3개월 전에 비해 30%나 늘었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