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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 뮤지컬 맞아? '오! 캐롤'의 한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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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선스 뮤지컬 맞아? '오! 캐롤'의 한국화

    [노컷 리뷰] 뮤지컬 '오! 캐롤'

    뮤지컬 '오! 캐롤'.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쇼뮤지컬이 절대적으로 우선해야 할 의무는 누가 뭐라 해도 관객을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뮤지컬 '오! 캐롤'은 그 역할에 충실하다. 노래와 음악, 배우의 연기와 춤, 스토리와 대사 등 3박자가 조화롭다. 관객은 공연 2시간 반 동안 흥겨움을 선물받는다.

    CF 등에서 익숙하게 듣던 닐 세다카의 주옥같은 곡들로 이루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니, 넘버가 좋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오리지날도 좋지만, 편곡된 넘버도 매력적이다. 젊음을 입어 세련미를 한껏 갖췄다. 그렇다고 원곡이 가진 편안함을 잃은 것도 아니다.

    눈을 감고 들어도 좋고, 박수를 치며 들어도 좋다. 뮤지컬 공연에서 커튼콜도 아닌데 관객이 박수를 치며 음악을 듣다니, '오! 캐롤'이니까 가능하다.

    뮤지컬 '오! 캐롤'.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배우들의 신구 조화도 눈에 띈다. 남경주, 최정원, 전수경 등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의 탄탄하고 여유있는 연기는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작품을 단단히 잡아준다.

    반대로 정상윤, 서경수, 조휘, 최우리 등 젊은 배우들은 올드해질 공연을 현대 버전으로 바꿔놓았다. 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의 완벽하면서도 코믹한 군무 역시 빼놓기 어려운 재미이다.

    그럼에도 쇼뮤지컬로서 가장 빛나는 매력을 하나 꼽으라 하면, 음악과 배우를 제쳐두고 '한국화'가 잘 이루어진 대본을 꼽겠다.

    뮤지컬 '오! 캐롤'.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라이선스 뮤지컬이 기본적으로 지닌 '어색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어색한 말투와 노랫말, 한국인 정서로는 공감이 쉽지 않은 스토리 배경 등은 라이선스 뮤지컬 대부분이 안고 있는 불편함이다.

    마치 안 어울리는 옷을 억지로 입는 느낌이랄까. 종종, 이럴 바에는 번역이 아닌 오리지널 버전을 보는 게 낫다 싶은 생각이 든다.

    '오! 캐롤'의 경우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새로운 작품이나 다름 없다고 할 정도로 각색을 해냈다.

    이를 두고 한진섭 연출은 '거창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거의 창작"했다는 의미이다. 그는 프로그램북 인삿말에서 '열정적인 각색 작가의 스무 번이 넘는 대본 수정을 통해 우리 정서의 작품으로 거듭났다'고 밝혔다.

    뮤지컬 '오! 캐롤'.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배경이 1960년대 중반 미국이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호텔이 배경이다. 이러한 시대, 장소 배경 때문에 무대·의상·소품 등이 주는 낯섦이 초반에 살짝 있지만, 금세 사라지고 작품에 몰입한다.

    바람둥이 델의 재치 넘치는 멘트도, 허비의 아재 개그도, 공연 내내 넘치는 유머 코드는 원작을 그대로 번안했다면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2시간 30분간 즐거움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각색의 힘이다. 한국화를 잘 해냈다.

    공연은 5월 7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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