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허민구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 형사)
멸종위기종인 앵무새의 알을 밀수입한 일당, 그 총책이 처음으로 붙잡혔습니다. 1급, 2급 멸종위기종인 앵무새의 알을 밀수해서 국내에서 사육을 한 뒤에 인터넷으로 몰래 거래를 해 온 건데요. 이게 한두 차례가 아니고 무려 190여차례나 밀수를 했단 겁니다. 아니,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썼길래 공항검색대를 지나는 동안 단 한 번도 적발이 안 됐던 걸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의 허민구 형사 연결을 해 보죠. 허 형사님 안녕하세요?
◆ 허민구>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그런데 사이버안전과 소속이시네요. 어떻게 동물밀수입 사건을 사이버안전과에서 수사하게 되셨어요?
◆ 허민구> 인터넷상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거래되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하게 돼서 저희가 수사를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 제보를 찾아서 앵무새 판매장소였던 사육장을 직접 찾아가보셨다고요?
◆ 허민구> 네.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요. 일반 가정집이나 창고 같은 곳을 개조해서 사육하는 걸로 저희가 확인이 됐고요.
◇ 김현정> 일반 가정집 크기면 한 20평, 30평 되는 크기에?
◆ 허민구>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몇 마리나 있던가요, 가보니?
앵무새가 길러지던 사육장 환경 (사진=서울경찰청 허민구 형사)
◆ 허민구> 앵무새들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작은 공간에서도) 수백 마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는 정상적인 개체도 있었고요. 비싼 개체도 있었거든요.
◇ 김현정> 정상으로 수입이 된 녀석들도 있고 밀수가 된 것들도 섞여 있고, 한 수백 마리가 있던가요?
◆ 허민구> 네네
◇ 김현정> 그래요. 환경은 괜찮던가요, 사육 환경은?
◆ 허민구> 환경이 좀 열악해가지고 안 좋았고요. 냄새랑 악취가 좀 심했습니다.
◇ 김현정> 악취 심하고. 앵무새들 상태는 어땠나요?
◆ 허민구> 그중에는 폐사한 개체도 있었던 걸로 확인되거든요.
◇ 김현정> 폐사했는데 아직 치우지 않은 개체들까지?
◆ 허민구> 네, 그런 것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이 녀석들은 앵무새가 아니라 알 상태로 밀수가 됐다는 거죠?
◆ 허민구>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니, 한두 번도 아니고 2012년부터 190여 차례나 알로 밀수가 됐는데 그게 어떻게 공항검색대를 어떻게 다 통과했습니까, 190번이나?
◆ 허민구> 알들을 잘 검색되지 않게끔 빵 속에 들여온다든지 아니면 깡통이나 이런 데에 숨겼다고 하더라구요.
◇ 김현정> 빵이면 식빵, 네모난 식빵 사이에 구멍을 내서 거기다 알을 심어요?
◆ 허민구> 네, 슬라이스 빵 사이 사이에 알을 넣은 다음에 숨을 쉴 수 있도록 구멍을 뚫는 방법으로요. 알들이 살아 있거든요. 숨이 안 통하면 죽습니다, 알도. 그래서.
범인이 직접 그린 밀수방법 그림 (사진=서울경찰청 허민구 형사 제공)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허민구> 또 넓적해서 고급과자나 사탕 같은 거 들어 있는 깡통있잖아요.
◇ 김현정> 쿠키 같은 거 들어 있는? 외국 쿠키 들어 있는 철로 된 그런 속에다가요?
◆ 허민구> 네. 거기다가 알을 넣고 솜으로 쿠션 역할을 하게끔 해서 들어오는 방법도 썼고요.
◇ 김현정> 그 과자통에다가 솜 깔고 알 넣고 솜 또 깔고... 그러면 공항검색대에 안 걸려요, 엑스레이에?
◆ 허민구> 검색대라는 게 일단 대부분이 흉기나 금속, 뾰족한 거 위주로 검색이 되고요. 나머지는 실제로 발견할 확률이 낮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 알로 사올 때는 얼마에 사와요?
◆ 허민구> 싼 거는 1만 원에서 비싼 거는 80만 원까지 개당,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걸 부화시켜서 키워서 팔면 얼마가 되나요, 그 가격이?
◆ 허민구> 보통 1만 원짜리를 25만 원 정도에 파는 걸로 확인이 됐고요.
◇ 김현정> 부화시켜서 앵무새 상태로 팔면 1만 원짜리가 25만 원이 돼요?
◆ 허민구> 네네, 80만 원짜리 같은 경우는 한 200만원 정도로. 80만 원짜리는 중형 이상 앵무새로서 인기가 많고 말을 잘하는 그런 개체입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아마존 앵무새 막 이런 것들?
사육장에서 길러지던 앵무새들 (사진=서울경찰청 허민구 형사 제공)
◆ 허민구> 네, 아마존이나 회색앵무 이런 걸 말합니다.
◇ 김현정> 회색앵무? 말 잘 따라하는 그런 것. 그러면 몇 년 동안 순이익도 대단하겠는데요?
◆ 허민구> 한 6억 상당을 밀수를 해서 한 10억 상당을 팔았거든요. 실제로 한 4억 정도의 수익을 본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 김현정> 4억 정도 순이익을 본…. 이 사람들, 앵무새 알만 밀수했나요, 아니면 다른 동물들도 밀수를 했습니까?
◆ 허민구> 멸종위기종 2급인 피그미 마모셋, 일명 손가락원숭이도 있었고요.
◇ 김현정> 조그마한 원숭이. 그 조그만한 원숭이는 살아 있는 원숭이를 어떻게 밀수합니까? 소리도 나고 할 텐데?
◆ 허민구> 보통은 수면유도제를 투입해서 가방 같은 데나 넣어서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 김현정> 참 잔인해라…. 그럼 그것들이 오다가 숨질 수도 있는 건데 그거 무릅쓰고 가지고 오는 거예요? 이익이 더 크니까?
◆ 허민구> 네, 그렇습니다. 오다가 죽는 경우도 있고 알 같은 것은 깨지는 경우도 있지만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에 밀수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피그미원숭이도 있고 또 어떤 경우 보셨어요?
◆ 허민구> 국제적 멸종위기 1급 앵무새인데 스칼렛 마카우라는 앵무새가 있었습니다. 그거는 거래가 완전히 불법이거든요. 거래가 아예 안 됩니다.
◇ 김현정> 정식으로도 아예 안 되는?
◆ 허민구> 네, 안 되는 건데 밀수가 돼서 가격이 1000만 원 이상 가거든요, 앵무새 하나에.
◇ 김현정> 그거는 앵무새 상태로 들여온 건가요?
◆ 허민구> 앵무새 상태로 들여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것도 역시 수면제 먹여서 들여왔겠군요?
◆ 허민구> 네, 그럴 것으로 판단됩니다.
◇ 김현정> 그래요, 참…. 이렇게 적발이 되면 처벌은 어떻게 받아요?
◆ 허민구> 자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일단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돼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해 볼 만하다.’ 이 사람들, 이 생각을 하게 생겼네요, 솜방망이네요. 잡으면 죄책감은 느낍니까, 이 사람들.
◆ 허민구> 죄의식을 못 느끼는 걸로 제가 느꼈습니다. ‘별거 아니다.’ 이런 식으로.
◇ 김현정> 별거 아니다? 이게 수사 얼마 동안 하신 거예요?
◆ 허민구> 거의 한 만 1년 정도 돼 가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1년. 수사하시면서 앵무새하고 정도 많이 드셨겠어요?
◆ 허민구> 네. 사실상 앵무새를 많이 보다 보니까 귀엽고 예쁘고 그렇더라고요, 애들이. (웃음) 불쌍도 하고요.
◇ 김현정> 어느새인가 정들어서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앵무새도 있었겠는데요?
◆ 허민구> 인사뿐만 아니고 단속 현장에서는 저한테 욕설을 할 정도로 아이들이 말도 잘하더라고요. (웃음)
◇ 김현정> 잠깐만요. 앵무새가 사람한테 욕도 해요?
◆ 허민구> 네, 간단한…. 심한 건 아니고요. 그런 녀석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주인한테 배운 건가 보죠, 그것도.
◆ 허민구> 그런 걸로 보여집니다.
◇ 김현정> 아이고, 그런 동물입니다. 사람 말 흉내내고 하루이틀 만나다 보면 정드는 살아 있는 동물인데 그런 동물들을 이렇게 하찮게 대하는 사람들한테 한마디 좀 따끔하게 해 주시죠.
◆ 허민구> 앞으로 이런 거 거래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끝까지 찾아가서 처벌할 것이니까 이런 걸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끝까지 찾아가서 처벌하겠다! 이 말씀 좋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허민구>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앵무새 얘기만 했습니다마는 사실은 슬로로스라든지 샴악어라든지 희귀동물 밀수사건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법도 강화돼서 따끔한 처벌받고 이런 일들 다시는 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허민구 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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