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우리미래 정책토론회'에서 김종인(맨 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방송인 김제동(맨 오른쪽)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김구연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한번 모셨으면 하는 대통령이 없다"며 "초대 대통령은 망명해 돌아가셨고, 두 번째는 부하에 의해 살해됐고, 그다음에는 자살하는 대통령, 마지막으로 탄핵하는 대통령을 본 것"이라고 말해 현행 대통령제를 비판했다.
김 전 대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우리미래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역사에서 교훈삼아 그런 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우리가 각성하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헌의 필요성을 설파함과 동시에 자신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매우 성숙해졌다"며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높이 평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가 권위주의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소위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이 탄핵당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미래에 보다 밝은 징조가 아닌가 싶다"고 탄핵 정국의 소회를 밝혔다.
방송인 김제동과 각종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문답한 그는 경제민주화 취지를 설명하면서 "내가 몇년 동안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니까 재계가 경각심을 가진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저걸 무너뜨릴 수 있을까', '재계가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고민해서 찾은 것이 비선이다"고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을 재계의 정치 개입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비선)을 장악하면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다. 재계가 이미 정치를 장악했다는 것과 똑같은 얘기"라며 "지난 대선 공약으로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끊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을 뒤집기 위해 가장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찾다 보니 이번 사태가 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10년 전에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런데 안 고쳐지고 양극화는 더 벌어졌다. 제도적으로 막아줘야 한다"면서 "그럼 국회가 입법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국회도 그걸 할 능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수당이 기본적인 자세를 바꿔야 편하고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시도했는데 불가능한 걸 확인했다"며 "소위 진보적인 정당에 가서 해보니 똑같다. 그래서 이분법적으로 보수-진보 형식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당면한 과제가 무엇이냐,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로 가야 한다"고 말해 여야를 넘나드는 행보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