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 행보는 눈에 띄게 느려진 반면,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퍼지는 혐한감정은 '통제불가'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중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박 전 대통령 이후 가급적 한국과 협상을 통해 사드 정국을 풀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자칫 중국 네티즌들의 과열된 혐한론이 한국 여론에 '혐중론'으로 확산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 한국화장품 소개 왕홍이 한국 비하, 롯데마트 매장에서 상품 훼손 동영상도중국 교민사회 등에 따르면 13일 중국의 유명 왕홍(网红. 인터넷스타)인 무야란(穆雅斓)이 롯데를 '개'로 비하하며 욕한 랩 동영상을 올리면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무야란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23세의 무야란은 주로 한국식 메이크업과 화장품 사용 후기 영상을 올려 45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게 된 유명한 ‘뷰티 왕홍’이다.
무야란은 동영상 시작 전 자막에서 "누군가는 용감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한국화장품을 사용해 그렇게 돈을 벌게 해줬는데 이제는 돌아와 사람을 물어댈 수 있느냐"고 한국을 비난했다.
동영상이 시작되면 중국의 국기인 우씽홍치(五星紅旗)가 걸린 배경에 군복을 입은 무야란이 등장해 욕설을 섞어가며 과장된 몸짓으로 한국과 롯데를 비하하는 랩을 열창하기 시작한다.
무야란은 영상 속에서 롯데를 개에 비유하며 "고기를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주인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사드부지 제공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롯데가 감히 사드 부지를 제공하려하니 나는 제품(한국화장품)을 전부 내려버리겠다"고 말한다.
1분55초 동안 이어지는 동영상은 한국 제품과 성형시술 등을 거론하며 한국과 롯데를 욕하거나 폄하하는 내용 일색이다.
무야란의 동영상 외에도 이날 중국 롯데매장에서 고의로 물건을 훔치고 훼손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역시 논란이 됐다.
중국 포털 소후(搜狐)닷컴 등의 동영상 사이트에 검은색 패딩 차림의 젊은 여성이 롯데마트 매장 식품코너에서 식품을 훔치거나 훼손하는 영상 100여 개가 올라온 것이다.
한 영상에서 이 여성은 선양 롯데백화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뒤 과자 코너에서 한국산 과자봉지를 주물러 내용물을 부순 뒤 제 자리에 놔두고, 음료수 병뚜껑에 껌을 붙이는 식으로 훼손했다.
또 롯데 빼빼로 과자봉지에서 과자를 꺼내 몇차례 먹고 그대로 봉지에 넣는가 하면,라면 코너에서 라면봉지를 일부러 찢은 뒤 제 자리에 돌려놓는 영상도 실려있다.
이 여성은 마지막으로 롯데마트 팻말이 보이는 출입구에서 손가락으로 욕설을 뜻하는 포즈를 취하며 침을 뱉고 사라진다.
문제의 영상물 게시자는 이달 초부터 매일 오후 6시 소후닷컴 등에 새로운 화면을 게시하고 있으며 한 네티즌은 이 여성이 지린(吉林)성 쓰핑(四平) 출신으로 현재 선양(瀋陽)에 거주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선양시 공안국은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현재 사실 확인을 거쳐 이번 사안을 조사 중"이라며 "이 여성의 행위는 우둔한 것이 아니라 나쁜 행위"라고 비판했다.
롯데제품을 훼손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중국 관영매체들조차 '누워서 침뱉기' 자중 호소중국 네티즌들의 과도한 혐한 동영상을 단순히 애국심의 발로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명 왕홍인 무야란 같은 경우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지만 팔로워만 수 백만명에 연매출 65억 원 회사의 오너로 지난 해에는 한국 방송사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유명 왕홍들은 일반 기업들의 협찬 행사에 찬조 출연만 해도 출연료가 회당 수 천만원에 이른다. 왕홍의 일거수 일투족은 모두 수익논리와 연결 지어도 무리는 아니라는 소리다.
한국화장품 소개로 왕홍의 반열에 오른 무야란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반한감정이 고조되자 자구책 마련을 위해 일종의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무야란은 오히려 한국을 비난하는 랩의 배경음악에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를 사용해 중국 네티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후자의 롯데마트 상품훼손 동영상 같은 경우 젊은이들이 과도한 애국주의 열풍에 휘둘려 시도한 일탈행위라는 분석이 대세다.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한국 때리기'에 앞장섰던 관영 매체들이 오히려 연일 자제를 당부하고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求時報)는 14일 칼럼에서 무야란의 동영상을 거론하며 "애국과 아무 상관이 없고 오히려 애국을 손상시키며 '누워서 침뱉기'식의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한국 제재 문제는 여론의 장에서 반론의 목소리도 존재하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라며 "민감한 이슈에 편승해 유명세를 얻으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회가 이런 행위들에 대해 냉담하게 대하고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다면 좀더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자극적인 혐한 동영상들을 무시하라고 조언했다.
환구사보는 전날 사설에서 "사드 반대를 위해 중국 사회 내부에서 때리고 부수고 약탈하고 불지르는 행위가 발생하면 정부는 사회안정을 위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중국내 과격 움직임에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