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가 시민들이 '촛불의 승리'를 자축하던 모습이다. (사진=이한형 기자)
"민주주의 및 시민권력 확인료^^ 입금완료!""치킨값 대신 후원료""송금 완료…돈 벌어서 뭐하나. 이런 데 써야지""만 원씩이라도 합시다. 만 원이 1만 명이면 1억이네요. 1000만 촛불의 힘을!"
촛불집회를 열어온 '박근혜 정권 비상국민 퇴진행동'(이하 퇴진행동) 측이 빚 1억 원 이상을 떠안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시민들의 후원운동에 힘입어 8억8000만 원이 모였다.
17일 퇴진행동은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1억 빚에 대한 시민후원 감사의 글. 감사합니다. 또 한 번 시민의 힘을 보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퇴진행동에 따르면, 이날까지 약 2만1000여 명이 8억8000만 원을 후원했다. 이들은 오는 25일과 3월 15일 열린 촛불집회에도 이 돈을 쓰겠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빚을 앞에 두고서 후원 말씀 드리기를 주저했다"며 "말하면 모아줄 것이라 믿기도 했지만 예민한 돈문제여서 걱정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면 업체에게 고스란히 부담이 전가될 것이 뻔히 보여 소심하게 용기를 냈다"며 "순식간에 기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십시일반 모인 후원금에 첨부됐던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어 "댓글과 통장에 찍히는 금액과 응원메시지를 보면서 큰 감동의 시간을 보냈다"며 "해외에서도 송금 가능하게 해달라는, 다양한 방법의 후원 계좌를 열어달라는 문의가 쇄도했다"고 설명했다.
퇴진행동은 "박근혜를 퇴진시킨 시민들"이라며 "특권, 반칙을 참지 않고 눈이오나 광장을 지켰던 시민이 주인이다. 광장의 힘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한 푼의 돈도 헛되이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평범하고 위대한 여러분의 힘으로 이미 새로운 세상은 시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 1월 25일 기준으로 현장 모금, 후원 등의 경로로 총 19억 원의 성금을 모았으나 이후 13차례 집회를 진행하며 18억7000만 원을 지출했다고 전해졌다.
퇴진행동이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14일 박진 공동상황실장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박 상황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회비용으로 퇴진행동 계좌가 적자로 돌아섰다"며 "광장 말고는 집회비용을 충당할 방법이 없다. 적자는 1억을 상회한다. 시민 여러분께 호소드릴 방법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박 실장은 이어 1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촛불집회를 이어오면서 거의 매회 현장 모금액으로 집회를 이어왔다"며 "무대, 음향, 조명을 비롯해 간이화장실, 현장에서 나눠준 초 등이 모두 모금액으로 운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렸는데 널리 공유되면서 감동이 이어지고 있다"며 "퇴진행동 측이 공식발표를 하기도 전에, '어렵다'는 이야기를 살짝 비쳤을 뿐인데"라며 놀라움을 전했다.
빚의 9배에 가까운 후원금이 모인 17일, 박 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사하다. 당신들이 동백꽃이다. 당신들이 봄이다"라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