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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X빠'들의 문자 폭탄 "해도 너무해"

    신변 위협 가하기도…정신적 충격에 정치활동 위축도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에게 극렬 지지자들이 보내온 문자메시지. (사진=의원 측 제공)

     

    "문자가 또 왔네요. 이젠 일상이라 무시하긴 하지만 막말 문자 볼 때마다 정신적으론 충격을 받죠"

    더불어민주당 A 의원은 최근 들어 점심이나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쉴새 없이 울려오는 문자 메시지 착신음 때문에 일행에게 결례를 범하는 경우가 심심찮다. A 의원은 '김종인계'로 분류된 개헌파 중 한 명이다.

    소위 '문빠'라 불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극렬 지지자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수위 높은 표현들로 가득했다.

    A 의원은 "문자 메시지가 합치면 수천통은 될 것"이라며 "실제로 보낸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추려냈더니 같은 사람이 여러 번 메시지를 보내더라"고 전했다.

    그는 "생각이 다르다고 이렇게 개인 휴대전화로 막말을 쏟아내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같은 동료 의원들이 고통받는데 '통제가 안된다'고 그냥 방치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민주당 민주연구원이 개헌 저지 보고서를 만들어 대선주자들에게 돌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에 파문이 일었을 때 이를 정면비판했던 박용진 의원은 단 며칠만에 3000여 통의 문자 폭탄을 받기도 했다.

    번호를 추려보니 800여 명이 쓴 메시지였다. 한 사람이 평균 3~4개의 문자를 보낸 것이다.

    박 의원은 이들에게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개헌 보고서가 문제되는 이유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200여 명은 이해를 했다며 답문이 왔지만, 400여 명은 답이 없었고, 200여 명은 되려 험악한 욕설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도 탈당 전에 '문빠'들의 문자 메시지에 시달려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에 따르면 내외가 잠을 못이룰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이같은 인신공격성 문자메시지도 탈당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고 전했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역시 '문자폭탄'에 시달리자 극렬 지지자들에게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평소 여의도 공원을 산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변에 위해을 가하겠다는 협박성 메시지까지 받게 되자 밤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문빠'들 뿐 아니라 경선 룰 협상 과정에서는 '안빠'(안철수 극렬 지지자들)와 '손빠'(손학규 극렬 지지자들)로부터도 문자 메시지가 몰려들자 "문빠, 태극기빠 문자폭탄에 비난하면서 우리도 똑같은 짓을 하면 되겠느냐"고 내부 경고를 했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고 경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같은 문자 폭탄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의원들 개개인 휴대전화로 보내는 문자 폭탄은 정신적인 충격을 줄 뿐 아니라 정치활동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인터넷상에 있었던 댓글 문화가 이제 모바일로 이동해 의원 개개인의 사생활 영역을 침해하고 있다"며 "단순히 욕설을 하는 것을 넘어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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