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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 만큼 더딘 배·보상…세월호 유가족 114명 민사소송

경제정책

    인양 만큼 더딘 배·보상…세월호 유가족 114명 민사소송

    2016년 11월 1차 변론 시작, 지리한 공방에 장기전 양상

    26일 전남 진도군 사고해역 인근에서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진 세월호가 선체 전부가 수면위로 부양된 상태로 목포함으로 이동 준비를 하는고 있는 가운데 선미 방향타가 오른쪽으로 휘어진 것이 확인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선체가 30일쯤 목포신항 철재부두로 이동해 다음 달 초에는 육상 거치까지 모든 인양 과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선체조사위원회가 최대 10개월 동안 미수습자 수습과 사고원인 조사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희생자 304명 가운데 114명의 유가족들이 배상금과 위로금을 수령하지 않고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법정 진실공방은 앞으로 장기전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 세월호 희생자 304명 중 배상신청 208명, 민사소송 114명

    정부는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2015년 3월 29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이 때부터 희생자와 생존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배상과 보상 절차에 들어갔다.

    해수부는 같은 해 6월 12일 발표를 통해, 특별법에 따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에 대해선 1인당 평균 배상금 4억2000만원과 국민 성금 2억5000만원, 위로지원금 5000만원 등 총 7억 20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단원고 교사에 대해선 배상금 7억6000만원과 국민 성금 2억5000만원, 위로지원금 5000만원 등 10억6000만원씩 지급하고, 일반인 희생자는 연령과 직업 등에 따라 4억5000만원에서 9억원 정도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이를 바탕으로, 희생자 유가족들은 2015년 9월 30일까지 배상금 수령을 위한 신청을 하도록 했다. 신청 접수 결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 가운데 미수습자 9명을 포함해 208명의 유가족들이 배상 신청을 했다.

    신청 유가족은 단원고 학생 희생자 250명(미수습자 4명 포함) 중 155명, 일반인 희생자는 54명 중 53명 등이다.

    배상 신청을 포기한 나머지 희생자 유가족들은 "선체 인양과 사고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며 정부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민사소송은 희생자 기준으로 304명 가운데 114명, 유가족은 353명에 이른다.

    여기서 304명 가운데 208명이 배상신청을 한 만큼, 민사소송은 96명이 돼야 하지만 114명이 된 것은 부모 이혼 등으로 희생자 1명에 배상신청과 민사 소송이 별도로 진행되는 등 중복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배상신청 유가족 208명 중 17명 정도는 지급신청 안해…1년 만기기한 도래

    해수부는 우선 배상 신청서를 낸 희생자 208명의 유가족에 대해선 배.보상심의위원회가 개별 심의를 벌여 지급액과 지급시기 등을 확정하고 유가족들에게 ‘결정서 정본’을 송달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결정서 정본'을 전달 받은 유가족들은 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별도의 배상금 지급신청을 해야 하지만 208명 가운데 미수습자 가족 6명을 포함해 17명 정도가 아직까지 지급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우선 당장, 신청 마감시한인 1년이 얼마 남지 않아 자칫 배상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린 상황이다. 미수습자 6명의 경우 지급신청 1년 기한이 오는 6월(1명)과 7월(4명), 9월(1명)에 만료된다.

    나머지 11명은 유가족 신청 주체가 2명 이상으로 일부는 지급신청서를 제출하고 배상금을 수령했지만, 다른 주체가 신청을 유보하는 등 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아니면, 이들 유가족은 배상금 지급신청과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되지만 현행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가 3년으로 제한돼 있어 세월호 참사 3주기인 다음 달 16일까지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 또한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수습자 가족들은 "아이들을 찾기 위해 정신없는 사람들에게 법대로 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라며 "아이도 찾지 못했는데 배상금과 위로금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단원고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3년 전 4월 16일에 시간이 멈춰 선 우리들에게, 보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미수습자에 대한 배상금 지급신청 기한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민법상 3년으로 정해진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에도 특례를 적용해 5년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특별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현재는 법사위와 본회의 처리만 남겨 놓은 상태"라며 "이번 3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배상금 지급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17명(미수습자 6명 포함)의 유가족들은 세월호 선체조사를 통한 사고원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신청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미수습자 유가족들 (사진=자료사진)

     

    ◇ 민사소송 장기전 양상…세월호 흔적 오래 남는다

    남은 숙제는 처음부터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정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유가족들에게 힘든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민사소송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배상금을 받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희생자들에 대한 민사소송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중이며 지난해 11월 1차 변론을 시작으로 지난 3월 21일 3차 변론이 끝났다.

    하지만, 증인신청을 둘러싸고 원고측인 희생자 가족들과 피고인측인 정부, 청해진해운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소송이 1년이 갈지 3년, 4년이 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선체조사를 통한 사고원인 등이 밝혀져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배상금 규모의 경우도 법원이 가해자를 국가로 볼 것인지, 아니면 청해진해운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양측 모두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 질 것으로 보인다"며 "배·보상심의위원회가 결정한 액수 보다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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