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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할머니가 너무 좋아하셔서 예능도 해야 하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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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할머니가 너무 좋아하셔서 예능도 해야 하나 생각"

    [노컷 인터뷰] '피고인' 이성규 역 김민석 ②

    배우 김민석 (사진=박종민 기자)

     

    28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성산동 한 카페에서 배우 김민석을 만났다. 지난해 지상파 최고의 히트작 KBS2 '태양의 후예'에 이어 SBS '닥터스'를 거쳐 올해는 SBS '피고인'으로 쉴 틈 없이 시청자들 앞에 선 그를.

    (노컷 인터뷰 ① '태후-닥터스-피고인 3연타' 김민석 "흥행요정? 동의 못해")

    ◇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 '혼란' 속 고민 중

    2012년 '닥치고 꽃미남밴드'로 연기를 시작한 김민석은 올해로 6년차를 맞는 배우다. 하지만 아직 작품 수는 10개가 조금 못 된다. 본인의 표현대로 '일반인'에 가까웠다. 누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연기한다는 말을 따로 안 할 정도였다.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해부터 확 '반응이 온' 작품에 계속 출연하게 돼 김민석은 갑작스레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숨가쁘게 달려오느라 정신없지는 않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저는 원래 너무 자유로운 사람이다. 막 사는 건 아닌데 제가 하고 싶은대로 사는 사람이다. 좋고 싫은 게 명확한 사람이라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했다. 좋아하는 사람은 한없이 좋아하는데 싫어하는 사람은 한없이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싫은 사람에게까지) 맞추면서 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잘되고 나니까 문제가 되더라. '잘 돼서 그런가? 무슨 깡이지?' 이런 얘기들이 조금씩 나오더라. 공인이 되어서 부딪치는 지점이 조금씩 오는 거다. 그래도 앞으로 저는 저대로 살 것이다. 저는 변함이 없는데 사회적 윤리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연예뉴스에서는 논란이 될 지언정 사회뉴스엔 나오지 말자고 기준을 정했다. 알고 보니 (이런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더라. 활동범위 좁아지고 조용히 살게 되고. 세 작품이 다 잘 되면서 저는 조금 좁아지는 거다.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게 되고. 나 싫어하는 사람 봐서 긁어부스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일할 수 있지?' 고민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안 받고 풀 수 있는 걸 찾고는 있는데 아직도 찾지 못했다."

    김민석은 "얻는 게 있으면 당연히 잃는 게 있다고 보지만, 내게 제일 중요한 부분(자유)를 뺏어가야 하는구나 싶더라"라며 "하지만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건 언젠가 들킨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 '예능 출연'을 단번에 거절하지 않게 된 이유

    김민석은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에도 꾸준히 출연 중이다. '정글의 법칙' 출연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한숨부터 쉴 만큼 고된 시간이었다.

    그는 "죽어도 안 가요. 저는 못 가요 이제. 다른 선배들한테 물어봤더니 '군대가 훨씬 편해! 여긴 지옥이야!'라고 하셨다. 먹을 것을 몰래 다 챙겨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캐리어 뺏겨서 컵라면, 맥주 다 뺏겼다"며 "좋은 경험이었지만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인전을 보면 거기에 나온 위인을 존경하지 않나. (김병만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실제로 나무 작살내서 집을 뚝딱뚝딱 만드시더라. 한 프로그램에 자기 이름이 걸린다는 게 굉장한 일이구나,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느꼈다"고 밝혔다.

    김민석이 SBS '정글의 법칙 in 코타마나도'와 SBS '인기가요'에 출연한 모습 (사진=각 프로그램 캡처)

     

    인터뷰 때가 아니면 헤어 스타일링조차 잘 않는다는 김민석은 '참 신기하다'는 말로 지난 1년을 돌아봤다. 그냥 연기만 하는 사람이었던 자신이 더 많은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단계를 맞닥뜨리게 된 것에 낯설어하는 듯했다. 가요프로 MC 제의가 왔을 때는 심지어 '황당'했다고 한다.

    "물론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겠죠? (실제로) 하면서 알았다. '아, 이 자리가 그런(선망받는) 자리구나' 하는 걸. 한 달 정도까지도 이렇게 손발 오그라드는 걸 어떻게 해야 하지? 싶었는데 두세 달 하니까 '인기가요' MC라는 자부심이 생기고, 이 자리에 앉혀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하나씩 책임감이 생긴다. 저는 하면서 아는 스타일인 것 같다. '아, 내가 이런 곳에 있구나' 하고 뒤늦게 정신을 좀 차리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예능'은 사실 그의 취향이 아니다. 자신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김민석은 과거와 달리 예능이 들어오면 '안 해요'가 아니라 '뭔데요?'라고 묻는다. 예능에 출연한 손자를 보며 좋아하시는 할머니 덕분이다.

    그는 "(어떤 배역이 아니라) 김민석으로 나와서 제가 하는 말을 좋아하셔서 '정글의 법칙'을 되게 좋아하셨다"며 "할머니가 오랫동안 봐 왔던, 아는 프로그램에 나와야 제가 진짜 방송하고 연기하는 사람이구나 싶지 (모르는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면 잘 안 보시더라"라고 전했다.

    ◇ 올해 목표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

    배우 김민석 (사진=박종민 기자)

     

    어느새 6년차 연기자가 되다 보니, 올해를 맞는 심정은 남다르다. 더구나 최근까지 몰두하던 드라마까지 성과가 좋아서 차기작을 고르는 게 오히려 더 힘들어진 상황이기도 하다.

    김민석은 "제가 짊어질 수 있는 무게만 감당하면서,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작품만 했으면 좋겠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피고인'을 하고 나니까 다음 게(작품이) 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지금은 진이 많이 빠져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민석은 끈질긴 노력으로 배우로서 어떤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었다. "연기자는 배역도 다양하고, 잘만 버티고 다듬으면 자기가 설 곳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어떻게 보면 훤칠한 외모도 아니지 않나. 정말 동네 오빠, 동생 친구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저는 항상 저 자신을 넘으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잔재주가 많이 생긴다. 공고 출신이라 전기기능사 같은 자격증이 있고, 대학은 요리 쪽으로 가서 잘하고. 노래나 악기도 음악을 해서 조금씩 한다. 할머니는 '열 두 가지 재주 있는 사람이 밥 빌어먹는다'고 하셨지만, 이런 제게 제일 잘 맞는 직업이 연기자 같다. 할 줄 아는 것이 많은 건 다 쓸 데가 있다고 본다."

    아이를 유괴해 한 가정의 평화를 깨뜨린 죄수 역을 맡은 후유증이 남아서인지, 김민석은 차기작에서는 밝은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삼시세끼를 다 먹는데도 촬영 중에 3~4kg가 쑥쑥 빠졌다고. 극중 배역이 된 것처럼 집에서도 늘 '이성규'를 생각한 탓이다.

    배우로서 3연타 흥행을 친 그의 올해 목표는 무엇일까. 명쾌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바람이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것 맡았으면 좋겠다. 꾸준하게 해야 되니까. 개인적인 바람은 내가 남한테 보이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 주변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거다. 아무리 남들이 욕을 해도 '뭐 모르는 소리하지 마라. 걘 그런 애가 아니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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