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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금지법' 침묵하는 사이 교회는 '세습 완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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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습 금지법' 침묵하는 사이 교회는 '세습 완료' 중

    "목회 세습은 주님의 교회를 사유화 하는 것"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의 대형교회 중 하나인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가 최근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하면서 다시 목회 세습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얼마나 많은 교회가 목회 세습을 단행했고, 목회 세습이 왜 문제가 되는지 짚어봤다.

     


    ◇ 4년 전 '세습 의혹' 교회 22곳, 어떻게 됐나?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2013년 여름, 당시 목회 세습이 의심되는 교회 22곳을 발표했다. 그 명단에 있던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는 현재 세습이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 명성교회는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한다는 안건을 공동의회에서 통과시키면서 4년여 전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굳어가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당시 세습 의혹이 제기됐던 22곳의 교회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세습반대운동연대는 그 중 9곳의 교회가 세습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예장통합 교단에 소속된 교회로는 부천처음교회가 윤대영 목사에서 2015년 아들 윤택한 목사로 담임목사직을 넘겼고, 태평제일교회는 2013년 7월 성낙운 목사에서 아들인 성도경 목사로 리더십을 이양했다. 예장통합 교단은 2013년 9월 정기총회에서 '세습 금지법'을 통과시킨 바있다.

    예장대신 교단에 속한 안양새중앙교회는 올해 초 박중식 목사에서 그의 사위 황덕영 목사로 담임목사직이 넘어갔고, 우이제일교회는 2015년 이무웅 목사에서 아들인 이경주 목사로 리더십을 교체했다.

    이밖에도 영원교회(예장백석)는 김봉태 목사에서 아들인 김현철 목사로, 인천순복음교회(기하성)는 최성규 목사에서 아들 최용호 목사로, 전주아멘교회(예장합동)는 이병선 목사에서 아들 이신사 목사로, 강변교회(예장고신)는 조주환 목사에서 아들 조재욱 목사로, 임마누엘교회(감리교)는 김국도 목사에서 김정국 목사로 담임목사직을 넘겨줬다.

    이 중 1만 명 이상 출석하는 대형교회는 안양새중앙교회와 인천순복음교회, 임마누엘교회 등 3곳이다.

    세습반대운동연대측은 명성교회는 현재 세습이 진행 중에 있고, 8곳은 아직 리더십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등 세습 추진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리고 나머지 4곳의 교회는 세습반대운동의 개입과 성도들의 반발 등으로 세습 추진이 결국 무산됐다고 밝혔다.

    세습반대운동연대에 동참해온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세습 의혹 제보가 들어온 교회는 바로 그 교회의 입장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며, "그런 부분에서 교회가 부담을 느껴 세습 추진이 무산된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 '세습 의혹' 교회 절반..결국 '세습 완료' 교회로 자리잡아

    안타까운 것은 의혹이 제기됐던 교회 중 절반 정도가 세습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2012년 감리교단에 이어 2013년 예장통합교단이 교단차원에서 목회세습 금지법을 통과시켰지만 자녀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기겠다는 의지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법 통과 이후 편법세습의 형태들이 등장했다.

    감리교단이 세습금지법을 통과시킨 직후, 감리교단의 대형교회인 임마누엘교회의 김국도 원로목사는 이른바 '징검다리 세습'을 단행했다. 자신의 후임으로 곧바로 아들 목사를 세우지 않고 제3자 목사를 한달 정도 세워 법망을 피해간 것이다.

    예장통합 교단에 속한 명성교회 역시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시무하는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을 통한 세습을 추진하고 있어 '편법 세습'이란 지적을 피하기 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어렵게 만든 교단법을 교묘히 피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게다가 교단 역시 공식적인 입장표명 없이 침묵하고 있다.

    세습금지법은 만들어졌지만 교회가 지키지 않고,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할 교단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세습 의혹' 교회는 '세습 완료' 교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 "교회의 안정적 유지 위해 세습은 필요하다?"

    목회 세습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은 원로목사의 자녀가 목회를 이어갈 경우 교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원로와 후임의 갈등도 없고, 성도들 역시 원로목사의 자녀의 성장과정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청빙과정을 겪으면서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내세워 적지 않은 교회들이 담임목사직을 대물림했다. 세습반대운동연대가 파악한 바로는 70여 곳 정도에 이른다.

    ◇ "목회 세습은 주님의 교회를 한 가족의 교회로 사유화하는 것"

    ‘교회의 안정적 유지’를 내세운 목회 세습. 신학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김동춘 교수(조직신학)는 "목회 세습은 그리스도가 주인인 교회를 한 가족의 교회로 사유화하는 비성경적인 태도"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이는 교회 성장의 공로를 인간에게 돌리는 세속적 교회관을 바탕으로 하고있다는 측면에서도 성서와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또, 목회세습은 공교회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우리교회만 좋으면 괜찮다’라는 식의 사고는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로 언급돼온 '개교회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을 향해 본을 보여야할 교회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불공정한 세상의 문제점을 교회가 그대로 답습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목회자로 청빙 받기 위해 애쓰고 있는 현실에서 공정한 절차를 생략한 채 아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것은 세상에 덕이 되지 않는다.

    ◇ "바람직한 목회자 청빙문화 정착 필요"

    때문에 기독시민사회단체들은 바람직한 목회자 청빙 문화 정착을 강조해왔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목회자 청빙에 관한 올바른 신학과 제도, 절차 등을 연구하고 이를 강의와 워크숍, 책자 등을 통해 알려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회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갖춘 청빙위원회를 구성해 교인 전체를 대상으로 토론회를 열고 교인 전체가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바람직한 목회자 청빙'이란 책의 공동저자인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는 "아마도 5년 내에 거의 모든 대형교회의 리더십이 바뀔텐데, 그 과정에서 교인들이 얼마나 공동체의 비전을 공유하고 공정하게 참여하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개혁과제들을 돌아보는 요즘, 한국교회가 올바른 청빙문화 정착 운동에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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