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반대'했다가 '찬성'으로 번복했다는 게 공세의 빌미인데, 안 후보의 말바꾸기는 본인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안 후보는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상황이 바뀌면 입장이 바뀌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면서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미 국방장관 공동발표를 전후해 '국가 간 합의는 존중해야만 한다'고 말해왔다"며 "내 생각대로 설득하고 당이 한 방향으로 가게 하겠다"고 당론 변경 의지도 밝혔다.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해 7월8일 사드 배치를 공식 선언했다. 이틀 뒤 안 후보는 성명을 내고 "잃는 것의 크기가 더 크고,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만 한다.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채택하고,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군을 찾아가 "국민의당이 사드 배치 철회에 앞장서겠다"고 호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조속한 '사드 반대' 당론 채택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
그러나 안 후보는 해를 넘겨 입장을 뒤집었다. 지난 2월1일 대구시의회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미 사드 배치 협약을 맺었다. 이를 함부로 뒤집는 건 국가 간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같은 달 국민의당도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변경을 시도하고 나섰다. 다만 당시는 신중론이 우세해 당론 변경은 무산됐다.
이같은 경과를 감안할 때 안 후보가 관훈토론회에서 제시한 '사드 찬성' 전환 시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미 국방장관 공동발표를 전후해" 달라진 입장을 언급해왔다고 했으나, 거론된 시기에 해당하는 같은해 11월에도 사드 반대를 공언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13일자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그는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면서 "사드는 우리나라 방어체계 솔루션 중 하나인데 이것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덮는 게 큰 문제"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안 후보의 사드 번복은 진보와 보수 정치권 모두로부터 "보수표를 의식한 말바꾸기"로 공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당의 당론을 후보 개인 생각대로 바꾸겠다는 것이 안 후보가 생각하는 민주정당이냐"(유은혜 수석대변인), 자유한국당은 "자기 당의 반대 당론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참으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정우택 대표 권한대행)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