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아주 어렵습니다. 대통령 파면으로 무너져 내린 자부심 때문만은 아닙니다. 먹고 사는 일이 너무 어렵습니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24년 연속 전국 꼴찌입니다. 규모도 전국 평균의 64%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대구가) 제일 못사는 도시가 되어버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지난달 26일 대구광역시의회에서 했던 발언이다.
문재인 후보는 대구시의회에서 대구·경북 비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 현황에 대해 이야기 했다.
문 후보는 현재 대구가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며 대구시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전국 꼴찌인 것을 언급, '제일 못사는 도시'가 됐다고 표현했다.
사실일까?
문재인 후보가 언급한 국내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대구시가 최하위인 것은 사실이다. 2015년 기준 대구시의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은 1,991만 원으로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지역내총생산액이 가장 적다.
24년 연속 꼴찌 역시 사실이다. 1991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가장 적은 곳은 전라북도였다. 다음 해인 1992년부터 지금까지 대구시가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가장 적은거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적은 것을 '잘 살지 못하는 것'을 연결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통계에서 '지역내총생산'이라고 하는 것은 지역 내에서 새로이 창출된 부가가치의 합을 의미한다. 이는 지역별 산업구조와 변화, 산업의 성장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국민계정체계에 따라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15개 산업 분야에 대해 다양한 기초자료를 토대로 생산 측면에서 측정하여 계량화한 것이다.
이때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지역내총생산액을 해당 지역의 인구수(주민등록인구)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
문제는 '생산'과 '소득'이 서로 다른 개념이란 점이다.
예를 들어 대구시민이 대구를 떠나 바로 옆 도시인 경산시나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해 일한 것은 대구시 지역내총생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지역내총생산은 지역 내에서 생산된 것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것은 경북 지역 지역내총생산에 반영된다.
반대로 대구시민이 대구를 떠나 일을 해도 소득은 대구시 지역내소득으로 인정된다. 돈을 번 곳은 다르지만 돈을 받은 주체는 대구시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산과 소득이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1인당 지역내총생산을 '잘 못사는 것'과 연결한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실제로 2015년 대구시의 1인당 지역내총소득은 2,396만 원으로 16곳 광역시도 중 최하위가 아니다. 1인당 지역총소득이 가장 낮은 곳은 강원도로 2,260만 원 수준이다.
2015 통계청 지역소득 자료.
1인당 개인소득으로 따지면 대구시 순위는 더 올라간다.
대구시의 1인당 개인소득은 1,660만 원으로 울산, 서울, 부산, 대전, 경기에 이어 6번째로 높다. 1인당 개인 소득이 가장 낮은 곳은 전라남도로 1,491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즉 대구시가 못사는 도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고자 통계자료를 이용한다. 통계자료가 가지고 있는 객관성과 신뢰성을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통계자료는 잘 못된 주장의 근거로 사용될 때 대중을 속이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