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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부패는 암흑과 같은 것, 등불을 비춰 허물어가야"

강원

    "현재의 부패는 암흑과 같은 것, 등불을 비춰 허물어가야"

    한림대 유팔무 교수의 27년 교수 생활 정리, '사회학으로 세상보기'

    세상을 바라보는 눈 '사회학'은 꼭 필요한 학문
    체제에 순응하는 젊은이가 대부분인 현실 안타까워
    민주주의 진전됐지만 ‘헬조선’ 벗어나기까지는 갈 길 멀다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한림대학교 유팔무 명예교수

     

    '이 몹쓸 세상, 근본적으로 바꾸어 결코 후대에 물려주지 말자!' 라는 생각으로 연구와 후학양성 그리고 다양한 시민사회활동에 몰두해온 사회학자가 27년간의 교수 생활을 정리하면서 책을 내 화제가 되고 있다. '사회학으로 세상보기'의 저자, 한림대학교 유팔무 명예교수 만나봤다.

    다음은 유팔무 교수와의 일문일답.

    ◇박윤경>27년간의 교수 생활, 지난해에 마무리를 하셨다. 아직 강단에 계속 서고 계시지만, 퇴직하던 날, 어떤 기분이셨을지?

    ◆유팔무>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원래 친분이 있었는데, 10년전부터 퇴직 준비를 하라고 하더라. 오래전부터 생각해왔기에 특별한 느낌은 없었지만 막상 퇴직이 현실화되니까 여러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사실상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기껏해야 10년 정도밖에 남지 았았다고 생각하니 뭐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것 같은 생각도 들더라. 하지만 퇴직했다고 특별히 달리 산다기보다는 과거에 해오던대로 하자. 라고 마음을 다독였다.

    ◇박윤경>어린 시절 흔히 말하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다고 들었다.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선택하곤 했던 법학이나 경영학이 아닌,사회학에 어떻게 발을 딛게 됐는지?

    ◆유팔무>경영학은 돈 버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 법학은 육법전서 달달 외워서 시험봐서 권력가가 되는 길이라 생각했다. 나는 돈과 권력을 싫어하는 편이었다. 철학을 하고 싶었지만, 아버님이 말려서 포기했다. 마음에 안 들고 싫은 전공들을 하나씩 지워가다 보니 사회학이 남았고 막연히 사회, 즉 세상살이를 탐구하는 학문이 아닐까해서 사회학에 발을 디뎠다.

    강원CBS '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에 출연한 한림대 유팔무 명예교수(사진=최원순PD)

     

    ◇박윤경>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사회 현실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기자 생활도 하셨다고?

    ◆유팔무>당시의 대학은 상아탑이라고 불렀다. 세상이 어떻게 생겨먹었고 또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책을 통해서만 짐작할 뿐이었다. 사회학이 세상을 탐구하는 것인데, 책으로만 하는 건 제대로 사회학을 하는 게 아니고, 사회학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 제대로 하려면 사회현실이 어떤지 먼저 체험해야 맞다고 생각했다.

    ◇박윤경>기자 생활은 얼마 간 했나?

    ◆유팔무>3년 6개월. 당시 군입대 기간이 3년6개월이었는데 시력 때문에 군을 면제받았다. 그 대신 사회체험하며 공익봉사를 할 수 있는 기자생활을 했다. 괜찮으면 계속하고 아니면 대학 3년때 하고 싶었던 학문의 길을 가자라고 생각했다.

    ◇박윤경>기자 활동에서 다시 공부로 방향 돌려 27년간 교수 생활을 하셨다.시대의 변화에 따른 청년들의 변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셨을텐데, 요즘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점도 많다고?

    ◆유팔무>사실 내가 대학시절에는 살맛이 안나, 죽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죽었다는 생각으로 살면 뭘 못할까라는 생각에 마음을 비웠다. 후대는 우리 세대처럼 몹쓸 세상에서 살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는데, 절반의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대 젊은 학생들이 사회현실 여건에 짓눌려 사는 것이 참 안타깝다. 체제에 순응해 살아가는 학생이 대부분이고, 변화 시키려다든지 불만 제기하는 학생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해 안타깝다.

    ◇박윤경>교수로서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는 동시에, 신념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도 적극적이셨다. 오랫동안 시민사회 운동을 하셨는데, 춘천이라는 지역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하며 느낀 건?

    ◆유팔무>춘천과 강원도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서로 연대하지 않고 패권다툼을 하는 모양새였다. 현재 강원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인 유정배 씨가 당시 춘천시민연대 국장이었는데, 시민단체들의 네트워킹을 하자는 제안을 해서 성공했다. 이후 강원 단체들도 네트워킹하자고 제안해 연대를 만들었다. 그 과정 중 느낀 건 연고주의가 강하고 보수성, 지역주의도 강하다는 것이다. 춘천, 원주, 강릉 사이의 긴장관계, 소지역주의 이런 것도 문제라고 본다. 강원도 차원의 문제 도정감시라는지 이런 것들이 아무데도 없더라. 강원연대가 꼭 필요했다.

    ◇박윤경>이번에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정리한 책, '사회학으로 세상보기'를 내놓으셨다. 책 소개도 좀 해주신다면?

    ◆유팔무>교수생활을 총정리하기 위한 것이었고, 교육·연구·봉사(실천)를 정리해서 책으로 낸 것이다. 요즘 전국 대학에서 기초학문이 존폐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학이 필요하고 좋은 학문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사회학자 유팔무의 교수 생활 27년 보고서 '사회학으로 세상보기'(사진=최원순 PD)

     

    ◇박윤경>목차를 죽 살펴보면, 정말 요즘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 녹아있는데,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도 사회학자로서 남다른 눈으로 살펴보셨을 것 같다.

    ◆유팔무>최순실 게이트 통해서 뿌리깊은 부정부패, 재벌 지배구조, 권력 등 케케묵은 시스템이 구조화된 것이 들춰졌다. 하지만 더 크고 심각한 문제가 아직도 남았고, 해결 전망이 없다. 앞으로 헬조선의 문제들이 해결되겠느냐, 그런 전망이 어둡다라고 본다.

    ◇박윤경>하지만 촛불 집회를 통해서 시민들의 성숙함, 높아진 민주의식을 확인하지 않았나.

    ◆유팔무>민주의식 커졌다. 그것은 90년대 시민사회운동 등으로 그동안 축적된 것들이다. 물론 그 (민주의식이 성장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그렇지만 아직도 갈길 멀다. 경제 민주주의, 사회문화분야 민주주의, 생활속 민주주의 등 민주주의가 심화 확장돼야 한다. 서양 중세를 암흑시대라 불렀던 것처럼 현재의 부패는 암흑과 같은 것이다. 등불을 비춰 밝히고 폭로해 하나씩 허물어가야 한다. 앞으로의 전망은 그런 문제제기를 하고 세력화가 어렵겠다는 것이다. 그쪽으로 가야하는데.

    ◇박윤경>사회학에 입문할 당시, '이 몹쓸 세상, 근본적으로 바꾸어 결코 후대에 물려주지 말자!'라는 포부가 있으셨다. 27년간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나. 긍정적인 부분은?

    ◆유팔무>민주주의가 진전됐다. 그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김대중 정부 때 IMF 터지고 시작된 양극화 현상, 그 후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문제 등이 발생한 후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런저런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재정을 늘려왔다.앞으로 복지국가 확충하는 것이 국민정신이자 시대정신이 된 건 굉장한 진보이자 진전이다.

    ◇박윤경>오늘 만나니 아직도 에너지가 넘치시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한데?

    ◆유팔무>이번 책을 내면서 몇 가지 제약사항 때문에 빠진 부분이 있다. 심층적인 내용, 야사나 재밌는 이야기들이 빠졌다. 좀 더 풍부하고 유익한 얘기들을 넣어서 (책을 만들어) 공유하고 싶다.

    ◇박윤경>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사회학으로 세상보기의 저자, 한림대학교 유팔무 명예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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