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안치환(사진=자료사진/이한형 기자)
세월호 참사 3주기인 16일, 가수 안치환은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 앞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3년 기억식' 막바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가 다소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홉 분의 미수습자 분들이 우리 곁에 돌아오기 전까지, 그리고 전 국민이 정말로 궁금해 하고 알아야겠다고 지금까지 끝까지 투쟁해 오고 있는, 세월호의 진실이 만천하에 낱낱이 드러나기 전까지, 한치의 해원(가슴속에 맺혔던 원통함을 풂)도 허락하지 않는 슬프고 답답하고 비통한 봄이 3년째 계속 되고 있습니다."
안치환은 "노래가 도대체 이러한 날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면서도 "세월호가 가라앉고 며칠 후, 그리고 2년이 지난 어느 봄날 그 기억 때문에 만들게 된 노래 먼저 부르겠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그는 '꿈의 소풍을 떠나 부디 행복하여라' 등 2곡을 이어 부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야속한 시간만 흘러가고/ 그렁한 눈망울만이/ 저 검은 바다를 응시할 뿐// 제발 꿈이라면 좋겠어/ 숨죽인 기도의 노래도/ 부서지는 파도를 따라/ 아무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려// 기적을 바랐지만 생명을 원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 없는 꽃이여// 천국이 있다면 천국이 있다면/ 꿈의 소풍을 떠나 그곳에서 부디 행복하여라// 미안해 꿈의 소풍을 떠나 부디 행복하여라// 마지막까지 불렀을 이름/ 엄마… 엄마…/ 다가오는 절망의 그림자/ 끝내 오지 않는 삶의 끈이여// 기적을 바랐지만 생명을 원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 없는 꽃이여// 천국이 있다면 천국이 있다면/ 꿈의 소풍을 떠나 그곳에서 부디 행복하여라.""후두두둑 꽃잎이 진다/ 하염없이 봄꽃이 진다/ 몇날 며칠이었을까/ 너의 눈부신 너의 외로움// 봄꽃이 다 지고 나면/ 잊혀질까 사라질까/ 피고지는 꽃잎들보다 너는 너무 빨리 갔다// 나의 외면과 허위의 가면을 뚫고/ 동공에 박혀 뜨거운 심장에 박혀/ 잊혀지진 않을 거야 사라지진 않을 거야// 후두두둑 꽃잎이 진다/ 하염없이 봄꽃이 진다…."
슬프고도 서러운 감정이 한껏 실린 안치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기억식에 함께한 유가족을 비롯한 청중들이 곳곳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안치환의 말과 노래를 수화로 전하던 통역사도 눈물을 훔쳤다.
노래를 마친 안치환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또 상상할 수 없는 의지로 지금까지 버텨 오신 유가족 여러분에게"라며 "외람되지만 여러분은 살아계시니까, 여러분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노래이기를 바라면서 한 곡 더 들려드리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깨에 걸고 있던 기타와 하모니까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인 채 세월호 가족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듯한 모습으로 '바람의 영혼'을 불렀다.
"해지고 뜨고 꽃피고 지고/ 계절이 또 지나가고/ 사랑이 가고 이별도 가고/ 슬픔마저 가 버려// 끝이 없어라 언제나 나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까// 가끔은 나도 삶이 궁금해/ 나의 신께 묻곤 하지/ 무슨 이유로 무엇을 찾아/ 살아가고 있는지/ 흔들리는 내 영혼이여/ 이 공허한 질문과 대답에 지쳐버려// 이 하루를 애써 버티는 나를/ 그럼에도 미소 짓는 나를/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나를/ 아무도 박수쳐주지 않지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꿈꿀 수 있는 것만으로도/ 거친 바다 인생의 강물을 건너는 난/ 머물지 않는 바람의 영혼/ 난 멈추지 않는 바람의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