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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 … 11명 작가의 '덕후'와 영감

공연/전시

    '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 … 11명 작가의 '덕후'와 영감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진기종,Match the Hatch ,2017,설치, 사진, 오브제,가변크기.사진=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진기종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종교와 이념 등 확고하다고 생각되는 가치들에 의문을 제기하며 작업을 펼쳐왔다. 진 작가의 취미인 '플라이 피싱'은 동물의 깃털과 같은 자연의 재료로 직접 만든 가짜 바늘을 이용하여 실제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 자연이라는 종잡을 수 없는 치열한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에 자리한다. 작가는 이러한 "실제의 모방을 통해 진본을 얻어내는 행위"가 자신이 그간 다뤄온 주요 작업들의 개념과 연결되어있다는 점에서 취미를 작품 활동에 미묘하고도 예민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영역으로 바라본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전을 열고 있다.

    '덕후'는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일본어 '오타쿠'를 누리꾼 사이에서 이와 유사한 발음인 '오덕후'로 바꾸어 부르며 생겨난 줄임말이다. '덕후'는 분야와 경계를 막론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에 시간과 경험을 즐거이 투자하여 전문적 지식이나 실력을 축적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장되고, 이들의 열정과 전문성을 높이 사는 분위기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한 미디어의 생산과 유통 방식의 다양화로 인해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며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하는 소통 문화가 활성화됨에 따라 덕후 활동의 지형도 변화하고 있다.

    '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는 좋아하는 분야에 깊이 몰입하며 가지게 되는 기질이나 자세, 행동 양식의 의미를 조명함으로써 '덕후'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동시대 사회문화적 현상을 살펴본다.

    전시는 11명의 작가들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창작의 모티브가 되거나 대중문화의 동향을 읽을 수 있는 수집(김성재, 박미나) 및 예술적 태도와 긴밀히 연결되는 취미 활동(김이박, 진기종), 영화·만화의 장면이나 연출 방식 등 관심 있는 특정 장르의 소재나 어휘를 차용한 작업(신창용, 이권, 이현진, 장지우), 덕후에 반영된 고정 관념(조문기), SNS의 생산 소비 구조 속 유행의 유동적 속성에 대해 고찰(송민정) 등 참여 작가 고유의 언어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영상, 회화, 설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김성재, 수집에서 창작으로,2017,조비클레이,140×400cm. 사진=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김성재는 "수집활동은 취미이자 창작의 시작이며, 피규어는 자신의 작업 전 과정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가늠하게 하는 기준이자 창작을 이어나가도록 자극을 주는 존재"라 말한다. 작가가 수집해온 다량의 피규어들은 캐릭터 디자인의 스케치부터 입체화까지 작품 구상에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며 창작 과정에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고성배가 선보이는 '더쿠 메이커'는 덕후의 습성 10가지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참여형 전시이다. 흔히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분야나 행위를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수행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특정한 것에 몰두한 사람을 덕후로 지칭하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물음을 던진다.

    오늘날 덕후 문화가 시사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이 원하는 바를 인지하고 이를 위해 자기 주도적으로 몰입하는 자세가 함의하는 가치라 할 수 있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전문성이 부각되는 사회 속에서 '몰입'의 경지를 스스로 즐기는 이들의 실천은 삶을 향한 능동적 태도를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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