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3일 3차 TV 토론회 직전 폭로된 '돼지흥분제 사건'으로 다른 후보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다수 후보들이 "상대 안 하겠다"며 투명인간 취급을 하면서 5명 후보들에 18분씩 할당된 질문 및 답변 시간이 소진된 뒤에도 홍 후보만 시간이 남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홍 후보에 대한 '왕따'는 유일한 여성 후보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먼저 시작했다. 심 후보는 북한 핵 해법에 대한 후보자 별 공통답변 시간을 할애해 홍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양해를 구한다"고 운을 뗀 뒤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홍 후보를 공격했다. 이어 "국격을 생각할 때 홍 후보는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오늘 홍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 후보는 최근 다시 공개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2005)에서 대학생 시절 동료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돼지흥분제를 사용한 일에 관여된 일화를 적어 과거 성범죄 연루됐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심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받았다. 유 후보는 자유토론 시작 직후 첫 발언으로 "이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다. 저는 홍 후보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홍 후보를 "돼지흥분제로 강간 미수 공범"이라고 규정한 뒤 "이제까지 한 번도 피해 여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문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사퇴 입장을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홍 후보가 사퇴하면 선거에 불리하기 때문 아닌지 저는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사퇴론을 거들었다. 안 후보는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며 "자서전에서 성폭력을 모의한 것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신에 이미 많이 보도돼 국격이 심각하게 실추됐다"고도 했다.
홍 후보는 자기 차례가 오자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는 "지금부터 45년 전 고려대 앞 하숙집에서 있었던 사건"이라며 "친구가 성범죄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막지 못한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 제가 자서전에서 고해성사했다"고 해명했다.
홍 후보는 "제가 직접 (돼지흥분제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그렇게 한 것을 못 막은 것을 정말 죄송스럽다. 다시 한 번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른 후보들이 홍 후보의 자격을 문제 삼은 결과 질문을 하지 않아 홍 후보만 시간이 남아도는 현상이 벌어졌다. 다른 후보들이 3~4분씩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홍 후보는 8분이 남았고, 결국 토론이 끝난 뒤 혼자만 시간이 남아 2분 정도 독백을 해야 했다.
홍 후보도 참고만 있지는 않았다. 안 후보가 질문은 하면서도 "마주보지 않겠다"며 외면하자, "거 참 조잡해 보인다"고 비아냥댔다. 문 후보가 돼지흥분제 사건과 홍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연루 혐의 등에 대해 "제일 자격이 없는 후보"라고 몰아세우자, 홍 후보는 "성 전 회장을 두 번이나 사면하지 않았느냐. 맨입으로 해줬느냐"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