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우리 가을야구에서 만나자' SK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다 지난달 대형 트레이드로 다른 팀에서 뛰게 된 KIA 이명기(왼쪽 위), 김민식(아래)과 SK 이재원.(자료사진=KIA, SK)
프로야구 KIA와 SK의 대형 트레이드 이후 첫 대결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야구계를 깜짝 놀랜 4 대 4 트레이드 이후 잘 나가던 두 팀의 첫 만남은 뜨거운 홈런 공방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일단 SK가 12~14일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린 KIA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3연전에서 2승1패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갔다. 그러나 KIA도 최형우가 괴력을 뽐내며 주말 명승부의 아름다운 패자로 남았다. 지난달 2승을 적립해 시즌 전적에서는 여전히 KIA가 3승2패로 앞선다.
이번 대결을 누구보다 묘한 기분으로 치른 선수가 있다. 바로 SK 포수 이재원이다. 트레이드 당시 15년 이상 한 팀에서 뛰었던 친구와 아끼던 후배를 떠나보냈다가 반갑게 재회한 까닭이다.
SK와 KIA는 지난달 7일 주전급 2명씩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SK 외야수 이명기, 포수 김민식, 내야수 최정민, 노관현과 KIA 외야수 노수광, 윤정우, 포수 이홍구, 이성우가 유니폼을 맞바꿨다. 두 팀 모두 취약점을 메운 '윈-윈 트레이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진한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이재원은 이명기와 2006년 입단 동기이자 상인천중-인천고까지 동기동창이었다. 사춘기부터 30살에 접어들 때까지 동고동락했던 친구와 이별은 애틋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식도 마찬가지. 이재원은 지난해부터 백업 포수로 자신을 받쳐줬던 김민식과 각별한 사이일 수밖에 없다. 이명기와 김민식은 12일 경기에 앞서 SK 라커룸을 찾아 옛 동료들과 조우했다. 이명기는 "다 알기 때문에 팀내 청백전을 하는 느낌"이라고 했고, 김민식도 "기분이 좀 야릇하다"며 동지에서 적으로 만난 묘한 느낌을 전하기도 했다.
'어색하네요' KIA 김민식(오른쪽부터)이 12일 SK와 원정을 앞두고 지난달 대형 트레이드의 당사자인 KIA 이명기, SK 이홍구, 노수광과 함께 팬들에게 인삿말을 하는 모습.(자료사진=SK)
하지만 승부는 승부. 12일 김민식이 타점과 안타, 이명기도 안타를 기록하며 친정팀을 울리는 듯했지만 이재원이 두 번의 레이저 송구로 승부처 KIA의 견제사를 이끌어낸 데 이어 6회 결승 3점 홈런으로 8-2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이재원은 "트레이드 뒤 첫 대결이라 팬들과 미디어가 많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보는 눈도 많고, 기사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오늘만큼은 실수하지 말고 집중해서 경기를 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복잡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이재원은 "(수비하는데) 명기가 타석에 들어서니 웃기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면서 "그래서 '뭐 하냐?'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는데 개의치 않고 잘 치더라"고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이어 "(중학교 때부터) 계속 같이 있다가 이렇게 다른 팀으로 만나다 보니 아쉽기도 했다"고 여운을 남겼다.
KIA로 옮겨가 주전 포수를 꿰찬 김민식에 대해서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재원은
민식이는 워낙 잘 하고 있고 팀도 1위로 잘 나가니까 부러운 면도 있다"면서 "둘 다 같이 잘 했으면 좋겠고 항상 응원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올 시즌 둘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포스트시즌(PS)에서 만나는 것. 이재원은 "가장 좋은 모양새는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저쪽(KIA)은 잘 하니까 올라갈 거 같은데 결국은 우리가 잘 해야 한다"고 웃었다. 이재원과 이명기, 김민식이 우정어린 가을야구를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