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열린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CJ E&M 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자료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CJ E&M이 고(故) 이한빛 PD의 사망사건에 대해 유가족과 대책위원회(대책위)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사고가 일어난 지 8개월 만이다.
15일 대책위에 따르면, 전날 오후 미디어카페 후에서 유가족과 대책위원회, CJ E&M 대표이사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약속하는 공식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CJ E&M은 '故 이한빛 PD 유가족과 대책위에 드리는 사과의 글'과 '故 이한빛 PD 명예회복 및 방송 제작환경, 문화개선 약속'을 유가족과 대책위에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CJ E&M 김성수 대표이사는 "고인의 사망 이후 미숙한 대응으로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의 책임자로서 왜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생겼는지 무거운 마음으로 성찰과 고민을 했다"며, "젊은 생을 마감한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대책위와 깊은 관심으로 저희를 지켜봐주신 많은 분들의 말씀과 질책에 귀 기울여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시스템 개선에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한빛 PD의 부친은 "이한빛 PD는 우리 가족의 희망이자 삶의 전부이며,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아들"이라며 "그는 항상 자신보다는 사회의 어렵고, 힘들고,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았다. 그의 죽음이 너무나 억울하고, 안타깝다. 이제 우리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길은 그의 꿈을 실현하고 이 땅의 청년들이 꿈과 희망이 있는 세상을 만드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오늘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길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노력해주신 회사 측과 대책위, 그리고 여기에 오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오늘 이 자리가 이한빛 PD의 뜻을 기리고 방송미디어 업계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날 공식 간담회에서 CJ E&M은 ▲책임자 징계조치 ▲회사 차원의 추모식 ▲이한빛PD 사내 추모편집실 조성 ▲고인의 뜻을 기릴 수 있는 기금 조성에 관련된 재정적 후원 등을 약속했다.
또한 방송 제작환경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제작인력의 적정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등 포괄적 원칙 수립 ▲합리적 표준 근로계약서 마련 및 권고 등 9가지 개선과제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 PD는 지난해 1월 CJ E&M PD로 입사해 같은 해 4월 ‘혼술남녀’ 팀에 조연출로 일하다, 드라마 종영 이튿날인 그해 10월 2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가족은 그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CJ E&M과 이 PD 측은 문제 해결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회사 측이 이 PD의 사망을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 탓으로 돌리자, 결국 올해 4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