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노컷뉴스)
정부가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격 파동을 겪으면서 뒤늦게 닭고기 유통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닭고기의 유통 단계별 가격을 의무적으로 고시하고, 현재 ‘호’ 단위로 표시된 중량을 ‘그램’ 단위로 바꾸기로 했다. 또한, 치킨에 대해서도 포장지에 중량을 표시하는 방안을 부처 협의를 통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닭고기의 품질표시와 관련해서는 개선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 보호를 위해서 닭고기도 소고기와 돼지고기처럼 등급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치킨 vs 삼계용 백세미…전체 다른 품종, 품질도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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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닭고기는 품종과 사육 기간 등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치킨, 볶음용으로 소비되는 육계와 삼계용 닭인 백세미를 비교하면 닭고기의 품질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종계업체 관계자는 “육계와 백세미는 품종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육계는 육용종계 암컷과 수컷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빨리 자라는 품종이지만 백세미는 육용종계 수컷에 산란계 암컷을 접목해서 몸집이 작도록 품종을 개량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같은 품종의 닭이라도 출하를 하루 이틀 일찍 하거나 늦게 하느냐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닭의 목표 무게를 처음부터 정해놓고 도축 날짜를 정한다”고 말했다.
“육계는 하루에 10~20g씩 자라다가 어느 순간 100g씩 무게가 늘어나서 10호(950~1050g)가 되는 30일을 전후해서 도축해야 하고, 백세미는 최적의 무게인 450~550g이 되는 35일을 전후해서 출하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닭고기 유통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육계는 속성으로 키우기 때문에 닭고기의 표피가 두껍고 지방성분도 많다”며 “육질도 퍽퍽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백세미는 육계 보다 5일 정도를 더 키워도 잘 자라지 않아서 표피도 얇고, 지방기도 없다”며 “육질은 좀 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 닭고기 품질 천차만별…소비자 선택권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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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처럼 닭고기의 품질이 품종과 사육기간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도축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도 품질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공급업체가 포장해 놓은 닭고기와 치킨을 필요에 의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무작정 구입하고 있다.
지난 29일 대형 마트 축산물 코너에서 만난 주부 최지원(38세, 세종)씨는 포장 닭고기를 살펴보다가 장바구니에 담았다.
최씨는 “늦은 시간에 마트에 왔는데 닭고기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며 “남은 닭고기를 보니까 피멍이 들고 다리도 부러지고 해서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구입했다”고 말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도축된 육계와 삼계는 모두 9억2600만 마리로 이 중 축평원의 품질 등급평가를 받은 것은 1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닭고기는 도계장 전 공정에 걸쳐 청결과 위생 상태, 신선도, 골절 여부, 피멍 검사 등을 통해 1⁺등급, 1등급, 2등급으로 품질 판정을 받아 포장지에 표시 된다.
축평원 관계자는 “닭고기 등급판정은 주로 백화점과 단체급식소처럼 식품위생을 꼼꼼하게 따지는 곳에 납품하는 물량이고 나머지 85%는 등급판정 없이 마트나 치킨업체 등에 그대로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현재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반드시 품질평가를 받아야 되지만 닭고기와 계란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유통업체가 납품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에만 신청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닭은 1마리 당 등급판정 비용이 10원에 불과한데도 유통업체들이 등급판정을 기피하는 것은 도계장에 시설투자를 해야 하고 별도의 관리 인력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닭고기와 치킨 소비량이 하루 평균 250만 마리를 넘어서 사실상 주식이 됐지만, 공급자 중심의 유통구조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허덕 박사는 “소비자들을 위해서 정부가 닭고기 품질의 표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아직은 소비자들이 닭고기 품질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잘 몰라서 권리주장을 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개선 요구가 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