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문 전경.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학생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일삼아 학내 인권센터로부터 징계 권고를 받은 현직 서울대 교수의 강의가 다음 학기에도 열릴 계획이다. 학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징계 결과 안나왔다" 강의 개설한 서울대
4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이 학교 2017학년 2학기 강의계획 명단에는 모 단과대학 H 교수의 전공수업 3과목이 강의 시간과 장소와 함께 올라왔다.
H 교수는 학생들에게 갑질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인정돼 지난달 15일 학교 내 인권센터로부터 정직 3개월의 중징계 권고를 받았다. 학생들과의 분리 조치도 받은 상태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인권센터의 징계권고에도 불구하고 아직 징계위원회의 최종 징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의계획을 잡았다.
학교 측은 "각 학과가 지난해와 동일하게 올린 계획에 따라 명단에 올렸을 뿐"이라며 "언제든 변동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징계위원회가 언제 열릴지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H 교수는 각종 갑질 사례가 학생들의 제보로 알려진 뒤인 지난 3월 이후부터 수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징계 권고까지 나온 마당에 다음 학기 수업은 버젓이 개설될 상황이 빚어진 것.
학생들은 이번에 공개된 강의계획 명단을 토대로 이달 21일부터 예비 수강신청을 시작할 예정이다.
◇ "다시 예전처럼 인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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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교수의 강의가 명단에 오른 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안이한 대처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해당 단과대학 소속 대학원생 A 씨는 "아무리 나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무기력감이 든다"며 "징계를 하는 제도나 절차가 미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원생 B 씨는 "다시 만났을 때 인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미 학생들은 교수님이 강단에 서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권센터가 권고한 3개월 정직은 파면, 해임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이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대학 측은 H 교수와 학생들을 격리 시키라는 인권센터의 권고와 관련해서도 제대로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학생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A 씨는 "인권센터 권고 이후 H 교수의 연구실을 학생들이 자주 오가는 식당과 연구시설이 있는 건물로 옮겼다가 학생들이 반발하니까 계획을 급히 철회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곰팡이 제거까지 시킨 '갑질교수'
앞서 학교 인권센터 조사 결과 H 교수는 지난 2012년부터 4년간 학생들에게 자신의 집을 청소하게 하는 등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체류로 집을 비울 때마다 배달된 우유나 주스 등을 대학원생 제자에게 챙기도록 하는가 하면 벽에 핀 곰팡이까지 주기적으로 제거시키는 방식이었다.
폭언을 일삼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H 교수는 학생들에게 "너는 좀 맞아야 돼"라거나 "남자 없이는 못 사는 여자들이 있다고 하는데 쟤가 딱 그런 케이스"라는 등의 막말을 이어왔다.
지난해 학과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학과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조교 3명의 경우 이러한 갑질에 못 이겨 6개월 만에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