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 잘 나갔어' 김한수 삼성 감독(오른쪽)이 현역으로 뛰던 2003시즌 홈런을 때린 뒤 홈을 밟으며 이승엽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롯데의 시즌 8차전이 열린 5일 경북 포항구장. 경기 전 김한수 삼성 감독은 전날 경기 중 깜짝 놀란 사연을 들려줬다.
KIA-SK의 인천 경기 소식을 중간에 들었던 때다. 김 감독은 "에이스들의 대결이라 관심이 갔던 경기였다"고 운을 뗐다. 두 팀 선발은 12연승을 달리던 헥터 노에시(KIA)와 6월에만 5연승을 거둔 메릴 켈리(SK)의 격돌이었다. 김 감독은 "둘이 선발이라 팽팽한 투수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웬걸. 김 감독은 "우리 경기가 빨리 진행돼 매니저에게 그쪽 경기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투수전은커녕 빅이닝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2회인데 9-0까지 벌어졌다고 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결국 KIA가 역대 최장인 7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이으며 15-6 대승을 거뒀다.
'6월의 MVP'로도 선정된 켈리는 이날 2이닝 8피안타(2홈런) 9실점으로 4패째(10승)를 안았다. 김 감독은 "나중에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니 켈리의 공이 몰렸더라"면서 "150km가 넘어도 몰리면 맞게 돼 있다"고 말했다.
KIA의 가공할 핵타선의 기록 행진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이 시작이었다. 지난 주중 3연전에서 KIA는 11점, 13점, 22점을 내며 삼성 마운드를 맹폭했다. 이후 LG와 주말 3연전을 넘어 SK전까지 10점 이상을 내며 새 기록을 세운 것이다.
김 감독은 "사실 KIA 김주찬이 전부터도 기미를 보였지만 우리를 상대로 완전히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김주찬은 삼성과 3연전에서 15타수 8안타 2루타 4개, 3루타 1개, 6타점을 쓸어담았다. 이어 김 감독은 "이명기가 3안타, 4안타씩 치고 최형우라는 좋은 4번 타자가 있으니 KIA 타선이 강하다"고 호평했다.
KIA 최형우가 4일 SK와 원정에서 2회 3점 홈런을 때려낸 뒤 김선빈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인천=KIA)
그렇다면 왕년 삼성의 막강 타선과 비교하면 어떨까. 삼성은 김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2000년대 초반 공포의 타선을 구축했다. 당시 삼성은 전성기의 이승엽과 마해영, 양준혁, 틸슨 브리또, 김 감독이 버틴 삼성 타선은 그야말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2002년 삼성은 LG와 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서 이승엽의 동점 3점포와 마해영의 끝내기 솔로포로 그토록 염원했던 KS 우승을 이뤘다. 이듬해는 이승엽이 56호 당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운 가운데 삼성은 역대 팀 최다인 213홈런을 기록했다. 김 감독도 2년 동안 3할 안팎의 타율에 평균 17홈런, 70타점 이상을 올렸다.
당시 삼성과 올해 KIA 타선의 비교에 대해 김 감독은 "그때 삼성도 대단했지만 지금 KIA 타선은 어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말을 끝맺지 못한 가운데서도 의미는 전달이 됐다. 김 감독은 "홈런은 적어도 KIA 타선의 응집력이 좋다"고 덧붙였다.
2002년 삼성은 팀 타율 1위(2할8푼4리), 홈런 1위(191개)였다. 홈런 2위 SK보다 33개나 앞섰다. 2003년에는 팀 타율은 2위(2할8푼4리)였지만 홈런은 현대(175개)보다 28개나 많았다. 올해 KIA는 유일한 3할 타율(.305)에 500득점(524개) 팀이다. 홈런은 81개로 4위지만 득점권 타율 1위(3할4푼2리)의 집중력이 좋다.
인천에서 멀리 떨어진 포항에서도 김 감독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KIA 타선. 과거 삼성 호화 타선과 비견될 만큼 강력한 파괴력이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