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윤이상. (자료 사진)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재조명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 시각) 고인 묘소를 찾으면서이다.
김 여사는 경남 통영의 동백나무 한 그루를 전용기 편으로 옮겨와 윤이상의 묘소에 심었다. 통영은 윤이상의 고향으로, 동백 숲이 유명하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윤이상은 ‘동양의 사상과 음악기법을 서양 음악어법과 결합하여 완벽하게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라는 평을 받는 위대한 작곡가였다.
유럽 평론가들은 그를 ‘20세기의 중요 작곡가 56인’, ‘유럽의 현존 5대 작곡가’로 분류했다.
또 1995년 독일 자아르브뤼켄 방송이 선정한 ‘20세기 100년의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 명단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화려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국 땅을 밟을 수 없는, 정권에 낙인찍힌 소위 '블랙리스트'였다.
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삶을 관통했던 비극적인 한국 근현대사 사건과 관련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일이 독일 유학생 시절, 북한에 있는 강서고분의 <사신도>를 직접 보기 위해 방북하며 간첩으로 몰려 기소되었던 일명 동백림 사건(1967년)이다.
이후 독일로 돌아간 윤이상은 1995년 베를린에서 영면할 때까지 그리워하던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그는 아직도 블랙리스트 취급을 받고 있다.
그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윤이상평화재단은 지난해 논란이 된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끊기면서 재단 사업도 중단됐고, 이로 인해 탄생 100주년인 올해 대회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에서는 공연을 통해 그에 대한 기억을 이어나가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오는 7~9일 경기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경기도립극단 '윤이상; 상처입은 용'을 선보인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며 작곡의 혼을 불살랐던 비운의 작곡가 윤이상의 일대기를 다룬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객원지휘자 최수열(서울시향 부지휘자)의 지휘아래 '죽음에 관한 두 개의 교향시'라는 주제로 여는 '제202회 정기연주회'에서 윤이상의 '화염속의 천사'를 들려준다.
1995년 민주화를 염원하며 분신자살을 한 학생을 위해 작곡한 곡으로 그의 유작이기도 하다. 서울시향과 부산시향에 이어 국내에서는 코리안심포니가 세 번째로 연주한다.
반평생 조국을 잃은 유민으로 살다간 그의 마지막 작품 속에 내포된 비통한 삶을 떠올릴 수 있다.
첼리스트 고봉인은 9월 22일 금호아트홀에서 헌정 무대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을 한다.
윤이상의 고향 경남 통영에서도 윤이상의 곡이 계속 울려퍼진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윤이상의 탄생일에 맞추어 '해피 버스데이 윤이상'이라는 부제로 여러 공연을 진행한다.
특히 윤이상과 절친했던 거장 지휘자 하인츠 홀리거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가 실내악 무대를 꾸민다.
같은 달 22일에는 홀리거 지휘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를 연다.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자로 나선다.
또 올해 기획공연으로 8월 26일에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윤이상의 무악과 예악, 9월 2일에는 피아니스트 킷 암스트롱이 윤이상의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 10월 13일에는 첼리스트 장 기엔 케라스가 윤이상의 활주, 10월 28일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기타리스트 슈페이양이 윤이상의 가곡, 11월 11일에는 KBS교향악단이 윤이상의 무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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