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혜교(왼쪽)와 송중기(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최근 배우 송혜교, 송중기 커플의 결혼 발표를 위시한 인기 연예인들의 결혼 혹은 열애 소식이 잇따르면서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연예계 풍속도를 논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한국 사회가 민주화 됨에 따라, 연예인 역시 인권 신장의 테두리 안에서 당연히 보편적인 삶을 누려야 한다는 풍조가 정착되는 데 따른 현상이란 진단이 눈길을 끈다.
한편으로는 '한류'로 대표되는 거대하고 치밀한 시스템 안에서 소위 톱클래스 연예인들의 만남이 또다른 경제효과를 유발한다는 인식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접근도 있다.
◇ "연예인 역시 보편적 인권 지닌 존재로 보는 추세"문화평론가 하재근은 14일 CBS노컷뉴스에 "우리 사회가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많이 변했다"며 말을 이었다.
"연예인을 비롯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대하는 시각이 관용적으로, 요즘 표현대로 쿨해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소위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않으려는, '누구에게나 사생활을 누릴 자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게 된 덕에 연예인들도 열애나 결혼 발표를 꺼리지 않게 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어 "연예인 자신이 예전보다 자유분방해진 측면도 있다. 예전에는 열애를 한사코 숨기려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사실을 밝혔다가는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고, 여러 부정적인 요소를 걱정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지금은 매체들이 워낙 많고 누리꾼들의 눈을 피하기도 어려워져,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기에 깨끗하게 공개하는 측면이 강해진 것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보편적인 인권 차원에서 사생활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강조했다.
"옛날 우리 사회에서는 공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과 사적인 것을 분리해야 한다는 사생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지 않았나. 아티스트로서 자의식을 지닌 연예인들 스스로도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려는 인식이 강하다."
하재근은 "연예인들을 대하는 우리네 인식이 변한 측면도 있다"며 "예전에는 소위 연예인들을 '딴따라'로 부르며 그들의 사생활을 '심심풀이 땅콩'처럼 소비하는 측면이 강했다면, 요즘에는 그들 역시, 당연한 일이지만 보편적인 인권을 지닌 존재로 인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특별한 예술적인 성취를 보여 준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사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말고 작품으로만 바라보자'는 시각도 생기지 않았나. 사생활 존중은 보편적인 인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 "자연인과 자연인의 결합 아니라 법인과 법인의 결합"이와 다른 측면에서, 대중문화평론가 황진미는 같은 날 "인권 신장의 결과로 연예인들의 인간적인 삶이 강조되는 것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연예인들 사이의 열애나 결혼이 오히려 보다 적극적인 자본의 만남이라는 형태를 띠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비연예인들, 이를 테면 재벌가와 결혼을 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럴 경우 '몸값이 하락하느니, 상승하느니'라는 식으로 (한국 사회는 그들을) 하나의 상품으로 봐 온 측면이 강하다. 특히 여성 연예인의 경우 더욱 그랬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지금은 송혜교 송중기 커플에서도 볼 수 있듯이 '중견기업과 중견기업의 M&A(기업인수합병)'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잖나."
결국 "연예인이라는 존재가 과거와 달리 브랜드 운영 주체인 '기업'으로 취급되는 셈"이라는 것이다. 황진미의 표현을 오롯이 빌리면 "(연예인과 연예인의 만남은) 자연인과 자연인의 결합이 아니라 법인과 법인의 결합"이다.
"가령 예전에 헐리우드 스타 시스템이 어떻게 구축됐는지를 보면, 홍보·언론·광고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까지를 모두 포함해 인프라가 만들어짐으로써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종의 스타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좁았다면, 지금은 '한류'라는 흐름 안에서 아시아 자본 전체가 들썩들썩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와 관련한 광고와 언론 산업 등도 엄청나게 컸다."
그는 "한국의 스타 시스템은 완전히 구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의 송혜교, 송중기 커플 같은 경우 이러한 시스템의 관리를 받는, 움직이는 중견기업으로 봐야 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쯤 되면 과거에 소위 '몸값'으로 불리던, 연예인 개인의 상품 가치와는 차원이 달라지는 것이다. 송혜교와 송중기가 결합했을 때 어떠한 상승효과가 있을지, 어떻게 이미지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해지는 셈이다."
황진미는 "한류의 성장에 따른 스타 시스템의 완벽한 구축은 결국, 톱스타를 정점에 두고 움직이는 거대 규모의 산업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그 연장선상에서 스타와 스타가 결혼하는 '그들만의 리그' 역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