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제 한바탕 소동의 먼지는 가라앉았으니 실체가 뚜렷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최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을 둘러싼 민주당-국민의당 간의 충돌은 여전히 이해 불가한 부분이 있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추미애 대표의 ‘자기 정치’ 쯤으로 몰아 붙였다. 또 추 대표의 도 넘은 행태가 대통령에까지 부담을 줬고 청와대로부터도 배척당했다고 공략해 나름 효과를 봤다.
이 당의 김동철 원내대표는 추 대표를 ‘왕따’해 ‘식물대표’로 전락시켜버렸다고 의기양양 했다.
그런데 의문이 남는다. 문재인 팬들은 자기 정치나 하려고 대통령을 힘들게 했다는 추미애를 왜 옹호한 것일까?
추 대표는 “많은 문자 격려를 받으니까 좀 흥분됐지 않나”라는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의 말마따나 이번 사태 와중에 문재인 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의문의 실마리는 추 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박 전 대표로부터 풀 수 있을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정치적 상속자’이라면 추 대표는 DJ가 영입한 ‘호남의 며느리’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료사진
박 전 대표는 현역 정치인 가운데 ‘정치 9단’ 칭호를 붙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노회한 정치술로 판을 주무른다.
반면 추 대표는 5선 관록에도 불구하고 비타협적인 뚝심으로 인해 초선 때 별명인 ‘추다르크’가 여전히 잘 어울린다.
호남이 중심인 진보개혁진영의 헤게모니 싸움, 아니 생존 투쟁에서 이들이 충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번 사태 와중에 추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증거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했고, 박 전 대표는 “만약 그렇다면 목을 내놓겠다”고 응수하며 살벌한 진검 대결을 펼쳤다.
사실 이들은 지난해 말 탄핵정국에서부터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여왔다.
거국내각 구성이나 임기단축 개헌 같은 방법론은 물론, 국회 탄핵표결 시점을 12월 2일과 5일 중에 언제로 할 것이냐를 놓고도 매번 부딪혀온 사이다.
이처럼 제법 뿌리가 깊은 양쪽의 대결에서 일진일퇴는 있었지만 결국 민심을 얻은 쪽은 민주당이다.
집권 민주당은 50% 수준의 지지율로 야당을 압도하는 반면 국민의당은 ‘증거조작’ 사건으로 치명타를 맞고 존립마저 위태롭다. 이런 상태에서 문재인 팬들이 누구 편을 들지는 물으나 마나 한 얘기다.
물론 추 대표의 돌출적 언행과 완고한 고집이 정국을 더욱 꼬이게 했다는 비판은 당내에서도 나온다.
청와대와 야당을 원만히 중재해야 할 여당 대표가 자기 정치에 대한 욕심 때문에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당청관계는 더 이상 수직적 관계가 아니며, 오히려 ‘민주당 정부’를 표방한다.
자기 정치의 실체로 추정됐던 서울시장 출마설도,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추 대표의 “관심 없다” 한 마디로 뜬 구름 소문처럼 일시에 사라졌다.
이런 결과들을 되짚어 보면 '바보' 노무현에 이어 원칙주의자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제 추미애를 응원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