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31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 씨의 친구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국사회를 '헬조선'으로 인식하는 청년들의 처지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과 해법을 담은 SNS 글로 논쟁을 벌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대학 교수가 극과 극의 후기를 전했다.
박찬운 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공유했던 '5천년 역사 최고 행복세대의 오만'이라는 글이 화제가 된 것을 두고 "아침에 일어나니 갑자기 유명인사가 된 기분"이라고 운을 뗐다.
"왜 이렇게 내 글에 관심이 많을까? 여러 가지를 검토해보니 이런 결론에 이른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에겐 위로가 필요하다.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선배 세대의 훈계가 아니다. 풍요로운 물질문명 속에서 방황하는 젊은이의 좌절과 분노를 껴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세계는 경쟁 중이다. 그 경쟁에서 우리 모두는 피할 수가 없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경쟁의 심각성이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난스럽고 살벌하다"고 진단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 그 속에서 인간성은 시나브로 메말라가고 연대의 가치는 저 멀리 달아난다. 우리 젊은이들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 공간은 우울하고 고통스럽다. 이 상황에서 선배들이 할 일은 그들을 다그치기 보다는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것이다. 그들에게 패기가 없다고 비난하기보다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어른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요구하기 전에 그들에게 먼저 사랑을 주는 일이다. 그래서 연대의 세상, 젊은이와 어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박 교수는 "나는 그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복지정책을 찬성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공공부분(꼭 필요한 곳에 공무원이 너무 적다. 경찰·소방·사회복지 등등)에서 먼저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복지제도를 확충해 안전망을 만들어 낙오의 걱정 없이 젊은이들이 도전하고 또 도전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면 우리의 영특하고 성실한 젊은이들이 일어설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젊은이들과도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앞서 박 교수는 지난 18일,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대학 교수가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 부르는 젊은이들을 향해 "나는 당신들의 그 빈정거림과 무지에 화가 난다" "당신들이 아프다고 할 때, 나는 그 유약하고 철없음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난다"고 맹비난한 16일자 SNS 글에 대해 "5천년 역사 최고 행복세대의 오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무엇을 반성하나? 젊은 세대가 우리에게 반성 요구할 자격 없다"
박찬운(왼쪽)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대학 교수(사진=박찬운·이병태 교수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당시 박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어느새 우리 세대는 이 나라의 중심이 되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의 말에 귀 기울려야 할 이도 우리 세대일 수밖에 없다"며 "열심히 살았고 아이들 제대로 가르치려고 노력한 죄밖엔 없는데 왜 자식들은 그것을 몰라주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지고 보면 자신이 행복세대이었음에도 그것을 모르고 후세대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부모세대의 자세가 아니"라며 "만일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마땅히 해줄 게 없다면 가만히 입이나 다물고 있는 게 예의다. 더욱 그들에게 징징댄다고 타박하는 것은 오만 중의 오만"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의 이러한 비판을 접한 이병태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엇을 반성하고 반성하라고 하시나? 립서비스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나는 반성 안한다. 특히 젊은 세대가 우리에게 반성을 요구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내가 내 어머님께 반성하라고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식들은 다 안쓰럽다. 나도 여름방학을 놀지 못하고 인턴을 하는 내 딸이 안쓰럽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다. 대한민국 밖에도 똑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그래서 미국도, 영국도 두 쪽이 나 있고 일본의 젊은 세대는 초식동물이 되어 있다."
그는 "우리는 그 냉험한 현실을 인정해야 할 뿐 무슨 반성을 하란 말인가?"라며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서 어떻게 다르게 했으면 지금의 헬조선 보다 더 좋은 조선을 만들 수 있었는지 대안을 내어 놓고 반성하라고 하시라"라고 각을 세웠다.
"나는, 많은 문제는 경제가 글로벌하고 우리보다 못 사는 중국과 인도가 경제권에 들어오면서, 어마어마한 개도국들이 경쟁자가 되면서 나타나는 글로벌한 현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 현실을 도외시하고 아무런 대안도 없이, 정확한 분석도 없이 우리 내부의 문제인 것으로 과거 세대의 무능인 것처럼 하는 것은 거짓 반성이다."
이 교수는 박 교수를 향해 "반성을 하셨으면 무엇을 우리 세대와 앞세대가 달리할 수 있었는지 말씀을 해 주시라"라며 "나는 앞세대가 최선을 다해 각자의 삶을 살았고 우리 앞세대는 성공적으로 살았다고 믿고 있을 뿐"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제발 반성한 결론을 말씀해 주시라. 내 아버님과 어머님이 어떻게 달리 살았어야 했는지? 내가 어떻게 달리 살았어야 했는지?"라며 "나는 빈말의 반성, 값싼 립서비스라고 믿는다. 립서비스는 잠시는 젊은이들을 위로할 망정 아무런 해법도 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