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문무일의 배짱…검찰개혁과 적폐청산에 낀 文정부 딜레마

국회/정당

    문무일의 배짱…검찰개혁과 적폐청산에 낀 文정부 딜레마

    적폐청산에 檢수사 의존도 높아져, 검찰개혁과 양립 어려워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 (사진=박종민 기자)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가 드높은 상황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눈치보지 않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문 총장이 현 정부의 분위기 속에서 꼿꼿하게 자신의 소신을 피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검찰 개혁'과 '적폐 청산'의 두 과제 사이에 낀 현 정부의 딜레마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 문무일 소신 발언 뒷배경? 적폐청산 檢이 몽땅 떠맡아

    문 총장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개혁을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에서 찾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이 문재인 정부의 최상위 국정과제로 발표된 상황에서도 그는 소신을 꿋꿋하게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선 "검찰의 직접수사와 특별 수사 기능은 유지돼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했다. 공수처 신설도 부작용을 우려하며 "더 효율적인 제도를 찾자"고 역제안했다.

    그러자 야권이 오히려 문 총장의 입장을 동조하고, 여권에서는 "검찰 개혁 의지가 약하다"고 우려해 여야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청문회 이후에도 청와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다음날 곧바로 임명장을 수여했다.

    검찰 개혁이 주된 과제인 현 정권에서 문 총장이 공개적으로 조직의 논리로 할 말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적폐청산의 과제를 검찰이 몽땅 떠안은 현 상황과 관련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에서 발견된 지난 정권의 대량 문건을 비롯해 방산비리 수사 등 주요 사건들을 검찰에 맡긴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에 몰두하고 있으며, 청와대 캐비닛 문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증거로 신청된데 이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겨냥한 추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 권한을 축소해야 할 마당에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검찰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었던 '적폐청산특별위원회'를 따로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당장 급한 운전대는 검찰이 잡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는 최근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적폐청산특별위원회를 만들지 않고 각 부처에서 개혁과제를 이행하기로 결론내렸다.

    적폐 청산은 곧 관련자들의 사법 조치와 연결되는 만큼 주된 업무는 현실적으로 검찰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검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란 것이다.

    ◇ "급하다고 힘 빌리기보다 檢 등 권력기관 개혁 선행돼야"

    검찰 개혁에 대해 정계에서 비관론이 감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을 비롯해 경찰 조직에서조차 검경 수사권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정권이 적폐 청산에 몰두하면서 아직 내부 개혁이 덜 끝난 검찰에 의존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과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도 이같은 딜레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법사위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검찰 총장은 수사를 통해 적폐청산에 나서고, 법무부는 이와 별개로 제도 개혁을 해나가야 한다"며 법무부와 검찰의 역할분담을 강조했다.

    정성호 의원도 "검찰 총장마저 내부 개혁에 동조하게 되면 조직이 동요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총장은 그 위치에 맞는 말을 한 것"이라며 "검찰 개혁은 당장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가능한 사안인데 현재 여야 구도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힘을 빌리기 보다 검찰 개혁에 방점을 찍으라는 뼈아픈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 법사위 소속 금태섭 의원은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은 논리적으로도 양립하기 어렵다. 둘 중에 하나는 어느정도 포기해야 한다"며 "빠르고 쉽게 검찰의 힘으로 적폐청산에 나설 수 있겠지만, 이는 오히려 검찰의 힘을 대폭 키워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번 정권에서만큼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권력기관에 대한 강도높은 개혁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며 "그것이 과거 정권에서 반복돼온 검찰을 이용한 진정한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