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때린 LG 박용택이 그라운드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 제공=LG 트윈스)
1번타자가 강하면 보통 타선 전체가 강하다. 한 경기에서 타석에 가장 자주 들어서는 1번타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일반적으로 출루와 주루 능력이 강조되지만 최근에는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OPS(출루율+장타율)가 높은 타자를 1번에 배치하는 팀이 꽤 많다. 하위타순이 어렵게 만든 득점 기회를 살리는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기도 한다.
LG 트윈스가 외국인타자 제임스 로니의 영입을 계기로 베테랑 타자 박용택을 1번에 배치했다. 박용택은 27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리드오프로 출전,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LG가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후 9번타자 강승호가 안타로 출루했다. 타순이 한바퀴 돌아 1번타자의 타석 차례가 왔다. 박용택이 나섰다.
박용택은 올시즌 팀내에서 100타수 이상을 기록한 타자들 가운데 장타율(0.457)이 정성훈(0.461)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타자다.
박용택은 올시즌 타율이 높아 장타율도 높은 경우에 해당되나 어쨌든 장타율이 높으면 타점 생산 능력에는 큰 도움이 된다. 또 박용택은 후반기 들어 장타 생산력이 부쩍 좋아졌다.
박용택은 역전 끝내기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박용택은 그동안 주로 3번타자를 맡았다. 양상문 감독은 3-4-5번 중심타선에 상대 투수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는 타자가 배치되기를 원했다. 그럴만한 타자가 팀내에 많지 않고 외국인타자 히메네스는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했기 때문에 박용택이 중심타선의 한 자리를 맡아야 했다.
100타수 이상 기록한 LG 타자들 중 타율(0.343)과 출루율(0.415)이 가장 높고 타점 생산 능력과 주루 센스까지 갖춘 박용택은 타석에 더 많이 등장할수록 팀에 도움이 된다.
박용택의 리드오프 전환은 히메네스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27일 KBO 리그 데뷔전을 치른 제임스 로니가 3번타순에 배치되면서 가능해졌다.
LG에 합류한 새로운 외국인타자 제임스 로니 (사진 제공=LG 트윈스)
제임스 로니는 검증된 타자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44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4, 108홈런, 669타점을 기록했다. 대부분 풀타임 주전으로 뛰었다. 장타력이 좋은 유형의 타자는 아니지만 정확도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3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제임스 로니는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몸 맞은 공을 포함해 두 차례 출루했다. 5회 득점권 기회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장면은 외국인 중심타자의 부재를 오래 겪었던 LG가 바라는 그림은 아니었다. 하지만 LG는 로니가 기량이 검증된 타자인만큼 적응 기간이 지나면 기여도가 높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올해 양석환이 타율 0.289, 8홈런, 58타점으로 히메네스가 빠진 4번타자 자리를 비교적 잘 메우고 있는 가운데 로니가 3번타순에서 이름값만큼 활약한다면 중심타선의 무게감은 분명 좋아진다.
여기에 박용택이 '로니 효과'를 등에 업고 출루 능력과 해결 능력까지 발휘할 수 있는 테이블세터로서 자리를 잡는다면 타선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박용택이 후반기 들어 8할이 넘는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강한 1번타자'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7일 넥센전은 이처럼 LG가 바라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