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왕 레이스 승자는?' KIA 김선빈(왼쪽)은 지난달 15일 이후 타격 1위를 질주했지만 최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NC 나성범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자료사진=KIA, NC)
23년 만에 유격수 타격왕에 도전하는 김선빈(KIA)이 강력한 도전자를 만났다. 27살 동갑내기 나성범(NC)이다.
김선빈은 29일까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타율 3할7푼7리(318타수 120안타)로 1위를 달렸다. 그러나 나성범도 3할7푼2리(298타수 111안타)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3위는 최형우(KIA)로 3할6푼4리다.
나성범은 29일 kt와 수원 원정에서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1도루로 맹활약했다. 비록 팀은 접전 끝에 3-4로 졌지만 나성범은 팀의 3점 중 2점을 책임지며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선빈도 꾸준하게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성범의 최근 기세가 워낙 좋다. 나성범은 28일 kt전에서도 4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 2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5할(40타수 20안타)이다.
그러면서 김선빈과 격차를 크게 줄었다. 김선빈은 전반기 타율 3할8푼으로 팀 동료이자 지난해 타격왕 최형우(3할7푼4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나성범은 3할5푼4리로 3위였다. 그러나 어느새 나성범은 최형우를 넘어 2위까지 치고 올라왔고, 김선빈과는 5리 차이다.
'성범아, 나도 타격왕은 못 해봤어' NC 나성범이 28일 kt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뒤 팀 선배 박석민의 축하를 받는 모습.(자료사진=NC)
후반기 페이스에서 앞선 형국이다. 나성범은 후반기 타율 4할7푼7리의 맹타를 휘두른 반면 김선빈은 3할5푼3리를 기록 중이다. 김선빈도 나쁘지 않은 후반기 기록이지만 나성범의 방망이가 워낙 뜨겁다.
나성범은 6월초 부상을 당한 재비어 스크럭스를 대신해 팀의 4번 타자 중책을 훌륭하게 수행해왔다. 6월 8경기 타율 5할 14타점을 올린 나성범은 7월에도 18경기 타율 3할9푼5리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스크럭스가 복귀하면서 3번을 맡은 나성범은 훨씬 부담을 던 가운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15일 이후 타격 1위를 질주하는 김선빈이 강력한 도전자를 만난 셈이다. 5월 타율 3할9푼1리, 6월 4할1푼9리로 정점을 찍은 김선빈은 7월 들어 살짝 주춤하다. 3할5푼6리로 여전한 타격감이지만 앞선 두 달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수비 비중이 큰 유격수인 만큼 김선빈이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만한 시점이다. 지난 시즌 후반 상무 제대해 6경기를 치른 김선빈은 올해 오랜만에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사실 김선빈은 2012년 126경기를 소화한 이후 2013년 88경기, 2014년 33경기를 뛰고 군입대했다. 144경기 시즌에 풀타임은 처음이다.
'유니폼 깨끗할 날이 없어요' KIA 김선빈이 28일 두산과 원정에서 7회 양의지의 안타성 타구를 걷어낸 뒤 2루로 재빨리 송구해 1루 주자 류지혁을 잡는 모습.(자료사진=KIA)
물론 김기태 감독의 배려 속에 김선빈은 부담이 적은 9번 타순에 배치되고 이따금씩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격수는 수비의 핵인 만큼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역대 KBO 리그에서 유격수 타격왕은 1994년 이종범(당시 해태)이 유일한 까닭이다. 당시 이종범은 3할9푼3리 196안타 84도루 113득점(이상 1위) 19홈런(4위) 77타점(5위)의 엄청난 성적을 냈다.
23년이 지나 김선빈이 타이거즈 선배의 뒤를 이어 위대한 도전에 나서지만 쉽지는 않은 길이다. 나성범도 우익수로 연일 몸을 날리는 수비를 펼치지만 김선빈에 비할 바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타격에 집중할 여력이 더 많다. 김선빈이 타격왕 경쟁에서 살짝 불리한 이유다.
김선빈과 나성범 모두 올 시즌 타격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을 태세다. 나성범은 2014년 할2푼9리, 2015년 타격 9위(3할2푼6리)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동안 공격 부문 1위는 2014년 비시상 기록인 몸에 맞는 공(14개)뿐이었다. 김선빈은 2013년 꼭 3할 타율을 찍었는데 88경기뿐이라 규정 타석은 미달이었다.
과연 김선빈이 23년 만의 유격수 타격왕의 대업을 이룰 수 있을까. 아니면 나성범이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할까. 바야흐로 전성기를 맞은 27살 동갑내기의 경쟁이 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