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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베를린구상 폐기? 한 철 사는 매미 같은 생각"

정치 일반

    정세현 "베를린구상 폐기? 한 철 사는 매미 같은 생각"

    - 北 미국과 직접 담판하려는 속내
    - 정부 대책은 국방부 위주로 나온듯
    - 北 정밀타격? 말폭탄일뿐, 불가능
    - 올해 안에 미북 대화 물꼬 터질 수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변상욱 대기자(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북한이 또 ICBM급 미사일을 도발했습니다. 미국의 CNN은 뉴욕과 시카고도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이다, 이런 식으로 보도를 했고 우리 정부도 이제는 사실상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고 사드의 추가 배치 등 대응에 나섰습니다. 도대체 이 문제에 어떤 해법이 있을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오늘 연결해 보겠습니다.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 정세현> 네, 안녕하세요.

    ◇ 변상욱> 북한의 미사일 수준은 지금 어디라고 판단하십니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정세현> 조금 전에 말씀하신 대로 지금 시카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죠. 그러니까 만 킬로미터, 1만 킬로미터까지 날아간다는 얘기인데 지난 4일날 발사된 그 미사일이 약 8000km짜리입니다. 샌프란시스코까지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불과 20여일 만에 2000km가 늘어났다, 요게 중요한 대목입니다.

    ◇ 변상욱> 거리상으로 그런데 실제로 대기권의 재진입이라든가 세부 기술까지도 다 확보가 돼 있다, 이렇게 보십니까?

    ◆ 정세현> 그건 저는 평가가 좀 엇갈리는 것 같아요. 미국 쪽에서는 그런 정도 기술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 변상욱> 북한은 왜 미사일을 쏘고 또 쏘고 제재를 받고 받고 하면서도 이렇게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걸까요? 노리는 게 뭘까요?

    ◆ 정세현> 미국과 직접 담판하겠다는 겁니다. 지금 거리가 8000km에서 1만 킬로미터, 지금 1만 2000km면 뉴욕, 워싱턴까지도 도달하는 미사일이 되는데 그게 겁나면 직접 미국이 나와서 북한과 협상하자 그래서 군사적으로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해 주고 수교해주고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해 달라 그 메시지예요.



    ◇ 변상욱> 이번 ICBM급 미사일의 발사로 그동안 미국이 취해 왔던 정책. 중국을 압박해서 북한을 제재해 보자라고 하는 전략은 결국 실패한 게 아니냐, 이런 얘기가 자꾸 나옵니다. 지난 9년 동안 결국 미사일 개발하도록 시간만 준 거 아니냐, 이런 얘기인데요.

    ◆ 정세현> 그렇죠. 미국이 오바마 때부터 중국 역할론,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었는데 그거 참 바보 같은 얘기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 하는 전제 하에서 하는 얘기인데 중국이 왜 미국 좋은 일을 해 줍니까? 지금 북한이 이렇게 해서 미국의 국력을 소모시키고 있는데 중국이 나서서 그런 일 하지 마라, 그렇게 해 줄 리가 있습니까? 미국이 계산을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중 간에 패권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힘을 보태주는 일을 왜 중국이 하겠습니까? 그건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었고 그 오판 때문에 중국한테 책임을 넘기는 그 상황에서 북한은 마음 놓고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실험을 해서 미국을 공격하고 위협할 수 있는 선까지 이미 도달했습니다. '레드라인'이라는 말이 결국 그런 거죠.

    ◇ 변상욱> 결국 중국은 미국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해서 미국을 얼마든지 괴롭히고 힘 빼고 있는 것인데 미국의 전략, 전체적으로 잘못돼 있는 거 아니냐, 이런 말씀이군요?

    ◆ 정세현> 그렇죠.

    ◇ 변상욱> 알겠습니다. 미사일 발사 후에 우리 정부는 사드를 임시로 추가 배치하겠다, 그리고 미사일 보복 능력을 강화해 보라 이런 지시까지 나왔습니다. 이건 적절하다고 평가를 하십니까?

    ◆ 정세현> 일단은 지난 5월 14일날 북한이 문 대통령 취임 후에 바로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어요? 그날 바로 거기에 대해서 강력하게 비난을 하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제재를 한다. 그러나 평화의 문은 열려 있다 언급을 했는데, 이런 도발에 대해서 제재를 한다고 하는 원칙에는 맞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대화의 문호는 열려 있다고 하는 그 대목에서 어저께 조치에서 대화 얘기가 빠진 게 좀 아쉽습니다. 주로 국방부 얘기를 대변하신 것 같아요. 외교부나 통일부 얘기가 좀 빠진 것이 조금 제가 볼 때는 아쉽습니다. 그러니까 중국과의 관계도 있고 남북 관계도 있고 그런데 군사적인 조치만 주로 지시가 내려온 걸 보고, 아 이것은 국방부가 사전에 북한 동향을 감지하고 시나리오별로 준비를 해 놨다가 대통령한테 드리니까 대통령은 외교적인 고려나 남북 관계를 고려할 틈이 없이 그냥 그대로 발표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변상욱> 합동참모본부 쪽이나 미국의 태평양 사령관 쪽 이쪽이 서로 전화통화도 하고 하면서 군사적 옵션을 얘기했다라고 하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군사적 옵션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 지휘부에 대한 정밀 타격이나 이런 걸 얘기하는 겁니까, 선제공격이나?

    ◆ 정세현> 그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북한의 핵무기가 어디 지하에 묻혀 있는지 알고 때립니까?

    ◇ 변상욱> 이번에 쏜 것도 이동식에서 쐈다고 하니까요.

    ◆ 정세현> 더구나 바로 그 이동식 발사대를 가지고 쏘기 때문에 발사 자체도 사전에 감지하기 어렵지만. 그러나 핵무기 정밀타격이라는 건 핵무기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발사대 없애라는 얘기가 아니고. 그러니까 북한이 틀림없이 지하에 여러 군데 분산 배치시켜놨을 텐데 그걸 어찌 알고 때린다는 거예요? 두 번째, 정밀타격이 됐건 무슨 전면 전략적인 타격이 됐건 간에 그건 바로 한반도 전쟁의 재발입니다.

    ◇ 변상욱> 그렇죠.

    ◆ 정세현> 군인들은 우리 북한이 공격을 하면 가만 안 놔두겠다. 그리고 원점을 때리겠다. 무슨 뭐 정밀타격으로 북한에 쓴맛을 보여주겠다는 그런 말은 잘하는데 말폭탄일 뿐이에요. 이거 할 수 없습니다. 지금 남쪽 5000만을 인질로 잡고 북한이 저러는데 저쪽이 맞으면 가만있겠어요?

    ◇ 변상욱> 또 어떻게 쉽게 생각하면 미국의 수많은 투자가 한국에 집중돼 있는 것들도 있고 미국 사람들도 한국에서 많이들 살고 있고. 아무리 좀 험악한 정부라지만 트럼프 정부가 마구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 정세현> 94년에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이 북한 영변을 치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도 막판에는 남쪽에 있는, 한국에 와 있는 미군과 미국 사람들. 미군이 한 3만 가까이 되고 미국 사람들 민간인들도 상당히 많지 않습니까? 이 사람들 피해 때문에라도 함부로 하지 못하겠다 하는 그런 판단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김일성이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면서 북한 폭격 계획이 없었던 일이 됐습니다.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 변상욱>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오고 있는 또 다른 지적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베를린구상'이라고 하는 거에 대한 평가입니다. 결국은 북한과 뭔가 대화를 하는 것을 기조로 하는데 그건 이미 그러면 폐기처분돼야 될 또는 실행하기도 전에 이미 실효가 떨어진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와서 야당들은 계속 공세를 펴는데요. 베를린선언.

    ◆ 정세현> 야당은 꼭 매미 같습니다. 매미는 한 철만 살죠. 그래서 '매미와는 사철을 얘기 못한다'는 한비자의 표현이 있어요. 한비자는 전국시대 말년의 유명한 사상가입니다만, 지금은 북한이 미사일 쏘고 하기 때문에 남북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그런데 베를린구상은 5년짜리입니다. 아마도 제 생각에는 금년 말 전에 이게 미북 간에 뭔가 가닥이 있을 것 같아요. 금년 말 전에. 북한이 그렇게 만들 겁니다. 그리고 미국도 지금 북한의 여러 가지 움직임으로 봐서 뭔가 북한과의 대화의 물꼬를 터야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을 이미 지금쯤 시작했다고 저는 봅니다. 그렇게 되면 금년 말 전에 미국과의 어떤 접점이 생겨가지고 대화가 시작이 된다 하면 갑자기 또 대화 분위기로 바뀔 거예요. 그러면 내년부터는 쓸 수 있는 게 베를린구상입니다. 지금은 아닌 것 같지만. 그러니까 야당에서 공격하는 건 공격을 위한 공격으로서는 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야당도 국정을 생각하려면 4년, 5년을 내다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 변상욱> 겉으로 완전히 드러난 건 없지만 이미 물밑에서는 우리가 못 따라가고 있는 어떤 움직임들이 계속 있을 것인데 그걸 생각한다면 계속 야당이 지금 얘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했다가는 나중에 미북간의 대화가 이루어지면 우리는 완전히 그러면 주도권을 놓치게 된다, 이런 말씀이겠군요?

    ◆ 정세현> 그렇죠. 과거에 그런 선례가 또 있고. 그러니까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쓰면 쓸수록 처음에는 미국이 가만 안 둘 것처럼 하고 군사적인 공격까지 하겠다고 겁을 주지만, 아까도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군사적 공격은 못하는 거 아닙니까? 전쟁으로 바로 가는 거니까. 결국은 미국이 북한을 불러냈어요. 우리 몰래 그것도. 베를린이다 무슨 쿠알라룸푸르나 이런 데로 불러내서 접촉을 한 결과 나중에 공식적으로 회담이 물 위로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그때는 우리가 끼지를 못하는 그런 상황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게 '통미봉남'이라는 거고 요즘은 그걸 영어로 코리아패싱이라고 하죠.

    ◇ 변상욱> 코리아패싱.

    북한이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 정세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그 가능성을 배제해서 우리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미북 간의 접점이 생기고 남북대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그때의 대비책을 세워놔야 해요. 베를린구상이 그런 점에서는 밑바탕이 되죠.

    ◇ 변상욱> 야당이야 정치적 목적이 있으니 지금 당장 울면 되지만 사실 베를린선언은 그렇게 한 번 누가 운다고 해서 이리저리 뒤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보시는군요. 5년은 가야 될 건데.

    ◆ 정세현> 그렇죠.

    ◇ 변상욱> 그런데 이제 사드 최종 배치를 연기한다고 했었는데 다시 미사일을 쏘니까 임시로 추가배치하라, 이렇게 돼 있는 건 뭔가 절차적인 정당성 없이 안보 정책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거 아니냐, 이런 비판도 나옵니다.

    ◆ 정세현> 무슨 16시간 만에 바뀌었다고 비판을 하긴 하던데 그것도 비판을 위한 비판이고. 예를 들어 환경영향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지 않았어요?

    ◇ 변상욱> 그렇습니다.

    ◆ 정세현>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서는 두 기만 배치됐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에 따라서 무슨 정책을 바꿀 수 있고 마저 여섯 기가 배치됐기 때문에 정책을 바꿀 수 없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서. 그리고 그동안에 국민적인 여론이, 국민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서 이것은 얼마든지 지금 상태, 사드 추가배치 이전 상태로 머무를 수도 있다고 저는 봅니다. 너무 그렇게 비판을 위한 비판 또는 비난을 위한 비난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 변상욱> 알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부분인데 설명 고맙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장관님,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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