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을 건국절로 규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언론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말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대한민국 건국일을,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년이 아니라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로 규정한 데 따라 거세졌던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려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역사학계는 일부 언론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건국절 논란이 재점화됐다'는 기사를 내보내는 데 대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역사학자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가 답을 낸 것이 아니라, 바로 역사학계의 학문적 입장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지요"라고 평했다.
이어 "오히려 역사학계의 통설을 부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뒤집었던 세력이 누군가요? 90%의 역사학자가 편향되었으며, 역사교과서의 99.9%가 좌편향이라는 억지를 부린 세력이 누구란 말입니까?"라며 "바로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하려고 했고, 작년만 해도 8.15 경축사에서 이날을 건국절이기도 하다고 한 사람은 이명박근혜였습니다. 그리고 그에 부역했던 뉴라이트 학자들이었지요"라고 꼬집었다.
주 교수는 앞서 지난 16일에도 "저는 '건국절' 문제는 더이상 논란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 의미없는 토론이기도 하구요"라며 "얼마 되지도 않는 그들의 주장을 언론에서 자꾸 1대 1의 구도로 다루려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심용환 '심용환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역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건국절 인터뷰 제안이 들어왔다. 일언지하에 거절!"이라며 "하찮은 주장까지 상대할 필요가 없다. 어그로(상대방을 도발해 분노를 유발하는 행위)는 어그로. 여기서 끝!"이라며 문 대통령의 건국절 발언을 논란으로 다루려는 언론의 태도를 에둘러 비판했다.
앞서 역사학계는 지난해 8월 22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정부 수립일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못박은 데 대해 '위기의 대한민국, 현 시국을 바라보는 역사학계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제강점으로부터 해방된 지 70여 년이 지난 2016년 오늘 대한민국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역사의 시계바퀴를 한 세기 전으로 되돌리려는 퇴행적인 역사인식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독립운동의 정신을 훼손하고 식민지 지배와 친일을 정당화 하려는 움직임은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에는 아예 정권 차원에서 독립운동 폄훼와 친일·독재 찬양을 노골화하기 시작했으며, 박근혜정부의 '역사쿠데타'로 이어지면서 그 정점을 찍고 있습니다."
학계는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이라는 발언을 하여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용인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면서도, 올 광복절 경축사에서 또다시 '광복 71주년이자 건국 68주년'이라는 발언을 보란 듯이 했습니다"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 며칠 전에 한 원로 독립투사가 대통령 면전에서 대한민국은 독립운동을 이어받았으니 건국절 제정 움직임을 멈추어 달라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독립운동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의 손을 거듭 들어준 것입니다."
특히 "'1948년이 대한민국 건국 원년'이라는 주장은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것인 동시에 헌법정신에도 위배됩니다. 헌법 전문(前文)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이 명시되어 있습니다"라며 "헌법재판소는 헌법전문의 이 구절이 '대한민국이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의 공헌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된 것임을 선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