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사진=노컷뉴스DB)
평균자책점 1.54, 피안타율 0.205,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6.
클레이튼 커쇼의 기록이 아니다.
류현진(30·LA 다저스)이 2017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이후 6경기에서 남긴 성적이다.
후반기 들어 최소 6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 가운데 류현진보다 방어율, 평균자책점이 낮은 선수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오 곤잘레스(7경기 평균자책점 1.29) 1명밖에 없다.
2017년의 다저스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을 정도로 공스에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류현진의 최근 페이스는 부상 이전의 활약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후반기 들어 '괴물'이 완전히 부활했다. 류현진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지 1실점을 기록하며 LA 다저스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총 투구수는 93개. 류현진의 올해 최다 투구수가 108개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으나 늘 그렇듯이 내셔널리그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변수가 많다. 7회초 류현진의 타석 때 대타가 나오면서 더 이상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류현진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다저스의 에이스 같은 투구를 선보였다.
다저스가 1-0으로 앞선 2회말 2사 후 볼넷과 안타 2개를 연거푸 내주고 1실점했지만 이후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2회말 이후 산발적인 출루 허용이 있었지만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안타 4개 모두 단타였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단 1개의 장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류현진이 후반기 들어 가장 달라진 점이다. 지난 2년동안 어깨와 팔꿈치 부상 때문에 1경기 출전에 그쳤던 류현진은 올해 복귀해 전반기까지는 '괴물'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수술 여파로 구속이 예전만큼 나오지 않아 장타 허용이 많았다. 특히 피홈런이 많았다.
요즘 류현진은 장타를 거의 얻어맞지 않고 있다. 전반기 72⅔이닝동안 15홈런을 허용한 류현진은 올스타전 이후 35이닝동안 홈런 1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류현진의 전반기 피장타율은 0.512로 높았다. 후반기 6경기의 피장타율은 0.270에 불과하다. 피안타율이 높으면 그만큼 피장타율도 늘어난다. 장타율에서 단타의 비율을 제외한 순수 피장타율은 전반기 0.233으로 높았지만 후반기에는 0.066으로 뚝 떨어졌다.
투수가 장타 허용을 줄이면 당연히 실점할 확률이 낮아진다. 공을 띄우는 타격이 각광받는 최근 메이저리그의 유행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후반기 투구 내용은 더욱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류현진이 다저스의 필승 공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후반기 6경기에서 패배없이 2승을 수확했다. 더 많은 승리를 쌓을 자격이 있었지만 그동안 류현진만 나오면 타선이 침묵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후반기 6경기에서 100% 승률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직접 승리를 챙기지는 못하더라도 팀 승리의 발판을 확실히 마련했다는 증거다. 선발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승리가 아니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클레이튼 커쇼와 다르빗슈 유, 알렉스 우드 등 주축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가운데 류현진의 활약은 다저스에게 단비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