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핵심 정책토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무색무취한 인사가 공영방송의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논의해 보자고 말한 사실이 25일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은 방송장악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하나의 의견일 뿐 지시가 아니라고 반박하는 등 여야간 여야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있었던 업무보고에서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 등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언급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7월 민주당 등 당시 야당 의원 163명이 발의한 법안으로 KBS 등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각각 7명, 6명씩 추천하고 사장은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뽑도록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여야 어느 한 쪽이라도 반대하는 인사는 공영방송 사장이 되기가 사실상 어렵고 결국 정치색이 없는 무색무취한 인사가 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법개정안을 낼 당이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정치권으로부터 공영방송 독립시킨다면서 왜 여야가 이사를 추천하냐고 비판했지만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당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송환경에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두루뭉술한 인사가 사장이 될 경우 방송의 공공성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전달한 것이다. 당시 업부보고를 했던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과학기술방통통신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은 꼭 실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해 왔는데 느닷없는 말 바꾸기는 그동안 주장해온 '방송의 중립성·독립성'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쏘아 붙였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결국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고 보니, 제 입맛대로 하고 싶은데 걸림돌이 될 것 같으니까 다시 마음이 바뀐 걸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대통령과 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워크숍을 진행중이던 민주당은 과기방통위 간사인 신경민 의원이 나서서 "개정안 발의 당시에도 무색무취한 중립적 인사가 공영방송사의 사장으로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실적 대안이 없어 불가피하게 현실적으로 타협해 이 개정안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최근 (이) 문제를 지적한 만큼 오늘 토론장에서 논의를 했다"면서 "문 대통령도 특정한 방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고 방송 개혁과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가 사장이 됐으면 한다는 첨언이었던 만큼, 이 대안을 찾기 위해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만나 구체적으로 논의를 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또 "당시에는 김재철 MBC 전 사장 같은 최하급의 사람이 수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지적이 맞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더 좋은 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영국의 BBC나 독일의 ARD 같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다. 더 논의를 해보겠다"며 "혹자가 우려하는(것처럼) 방송 장악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에) 새누리당도 틀림없이 문제점 가지고 지적한 건 맞다고 보는데 더 진전시키지 않았다"면서 "이 문제가 역사성과 현실성 가지고 고려해봤을 때 쉬운 숙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이해하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마땅한 방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