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남부시장 입구. (사진=전성무 기자)
오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10일간의 '황금연휴'를 즐기게 된 대다수의 근로자들과 달리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추석연휴는 9월 30일(토요일)부터 10월 9일(월요일) 한글날까지 역대 최장 기간인 '10일 황금연휴'가 만들어졌다.
공무원은 임시공휴일이 예외 없이 적용돼 연차 없이 10일 황금연휴를 맞게 됐고, 민간 부문 근로자도 각 사업장별로 적용 여부를 결정하게 돼 최장 10일의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 '황금연휴'에도 달갑지 않은 자영업자들, 매출 감소에 '울상'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이번 황금연휴가 반갑기는커녕 두렵기만 하다. 직장인들이 대거 해외로, 지방으로 떠나면서 매출에 직격타를 맞게 됐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1995년부터 23년째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근재(53)씨는 "자영업자들은 2월을 가리켜 '썩은 달'이라고 얘기한다"며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10월이 '썩은 달'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우리 자영업자들은 노동시간 단축한다고 하면 자본력이 안 되니까 힘들다"며 "10월 9일까지 쉬고, 주말 쉬고 나면 10월은 15~16일 장사하는 건데, 부부가 장사하거나 직원 1~2명 쓰는 가게는 그냥 쉬어버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2005년부터 경기도 의정부역 앞에서 13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계상혁(47)씨는 "우리 매장 주 고객이 직장인들인데 장사가 제일 잘 되는 시간이 출근시간, 점심시간"이라며 "이번 추석 연휴에는 직장인들이 출근을 안 하니까 매출이 30~40%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도심에 위치한 재래시장 상인들도 울상이다.
경기도 안양시 남부시장에서 식자재 납품가게를 운영하는 봉필규(53)씨는 "이번 추석연휴 때 사람들이 외국여행을 가거나 교외로 다 빠져버리기 때문에 수도권에 있는 전통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지금도 매출이 20~30%씩 떨어지고 있어 힘든데 이 와중에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 어떡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5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남부시장 내부. 정부가 오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가운데 시장 상인들은 추석 연휴기간 매출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진=전성무 기자)
◇중소기업은 연휴 기간 공장 올스톱에 인건비 부담까지, 상생 방안 나와야중소기업도 임시공휴일 지정이 달갑지 않다. 납품대금 결제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박동섭(73)씨는 경기도 시흥에서 조립식 문틀 제작 업체 ㈜정화를 34년째 운영하고 있다. 2년 전 12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5명으로 줄어들 만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10일간 공장이 사실상 올스톱 될 처지에 놓여 시름이 깊다.
김 대표는 "임시공휴일 끼고, 주말까지 쉬면 10월에는 보름도 공장을 못 돌리는 것"이라며 "납품을 해서 대금을 받아야 정상 운영이 가능한데, 한 달에 3분의 1을 놀라고 하니까 개정휴업 하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계속 노동시간 단축을 부추기고 최저임금도 높이고 있어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며 "너무 힘들어서 직원들도 많이 퇴사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이 12명이었는데 지금은 5명 밖에 없다"고 전했다.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홍종흔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홍종흔 제과협회 회장은 "쉬는 날이 많아지면 일하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시내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애로사항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데 사업자들은 쉬는 날에도 인건비를 줘야 하니까 힘들어하고 있다"며 노동자와 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