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 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5.9 대선 당시 제기된 고소고발을 취하한 점을 두고 보수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추악한 뒷거래"(한국당)라는 비난에 "정치 금도를 벗어난 짓"(국민의당)이라는 반박이 오가면서 감정 싸움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21일 김명수 후보자 인준 표결 전 민주당은 대선때 제기한 고소 고발 사건 7건을 취하했다. 국민의당 역시 민주당에 대한 9건의 고소고발 사건을 취소했다.
고소 취하 사실이 알려지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추악한 뒷거래가 새정치냐"며 "여당과 위장여당은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아예 내놓고 합당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른정당 역시 "대선 후 통상적인 고소 취하가 하필 왜 그날 그래야 했는지, 그렇게 비공개로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새 정치의 아이콘이었던 안철수 대표는 밀실야합 구태정치의 아이콘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소모적 논쟁을 정리한 것일 뿐"이라며 보수야당의 의혹 제기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24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장 인준과 고소고발 취하는 등가 관계가 성립이 안 된다"며 "국민의당 의원들이 바보도 아니고 금덩이를 돌덩이랑 바꾸겠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소고발 취하는 비상대책위 시절부터 오랫동안 논의가 있었던 걸로 안다"며 "우연치 않게 시점이 맞물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기헌 의원도 "대부분 경미한 사건이었고, 의례적으로 선거가 끝나면 송사들을 정리하는 것이 관례이다. 자유한국당과도 정리를 논의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여당과 국민의당이 김명수 표결을 앞두고 정치적인 '딜'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 이후 여당이 김명수 후보자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나 총선 등 선거가 끝난 뒤에는 앙금을 털어내는 차원에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게 정치권의 관례다. 더구나 문준용 취업 특혜 증거조작 사건의 경우 민주당이 고소를 취하하지 않아 한국당의 주장처럼 여당과 국민의당이 '거래'를 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고소고발과 같은 사법부의 영역에서 여야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법적 처리는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할 부분이지 정당의 이해관계 다툼을 사법적으로 푼다는 것 자체가 정치의 기능을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고소고발 취하도 정치 행위의 일종"이라며 "정치를 사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