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 망명지'로 떠오른 텀블러의 음란물을 차단할 수 있을까.
방송통신위원회 허욱 부위원장은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대책' 브리핑에서 "사이트 자체를 막는 게 타당하냐를 봤을 때 거기까지는 아직 안 된다"면서도 "문제가 심각하면 그 부분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허 부위원장은 "텀블러 콘텐츠의 10%가량이 음란물이지만 나머지 90%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며 "텀블러를 통해 음란물이 유통되면 브랜드 가치에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자율적인 심의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 HTTPS 보안 웹사이트 제3자 차단 불가…해외 플랫폼에 쉽게 노출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성매매·음란' 정보로 판정하고 시정·삭제 요구를 내린 매체 중 텀블러(Tumblr.com)는 2015년 9477건이었으나 1년 만인 지난해 4만7480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체 3만200건 가운데 74%에 해당하는 2만2468건이 텀블러에 대한 시정요구로 나타났다.
텀블러는 3억3천만 명의 사용자와 할리우드 배우·가수 등 유명인사들까지 텀블러 계정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인기 소셜 미디어지만 플랫폼에 포르노와 아동 포르노, 불법 몰카 등이 범람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불법 유해 정보 사이트 차단 페이지. HTTPS 보안 프로토콜 사용 웹사이트에서는 차단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큰 문제는 웹사이트와 스마트폰에서 미성년자들이 아무런 제한없이 포르노물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허 부위원장이 문제가 심각할 경우 사이트 차단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웹사이트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텀블러 웹사이트는 방통심위와 경찰청이 불법·유해·음란물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불법·유해 정보(사이트)에 대한 차단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태다. 금융거래 등 보안 강화 웹사이트에서 주로 사용하는 HTTPS 프로토콜 주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텀블러 웹사이트 차단 조치를 이미 취했지만, 인터넷 주소에 보안 프로토콜인 HTTPS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를 제 3자가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해 자율심의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포털사이트는 HTTPS 보안 프로토콜 웹사이트라 하더라도 자체 심의를 통해 유해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지만, 구글, 사파리, 크롬 등 대부분의 해외 검색사이트와 브라우저에서는 포르노 사이트에 쉽게 접속할 수 있다.
◇ 텀블러, 애플 iOS 음란물 차단 정책에 '꼼수'이런가운데 텀블러는 최근 음란물이나 지나친 폭력성 콘텐츠 앱을 차단하는 애플의 정책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iOS 앱에서 정상적인 검색이 불가능 했던 음란물을 다시 검색할 수 있도록 안전모드 검색필터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텀블러는 iOS 앱 버전 8.81(미국 등 해외버전 8.4 ) 업데이트를 통해 앱 설정에서 유해·음란물(NSFW) 검색 결과를 끄거나 켤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슬쩍 추가했다. 설정 텀블러 앱에 들어가 '안전모드'를 누르면 사용자가 △민감한 콘텐츠 모두 숨기기 △민감한 검색 결과 콘텐츠만 숨기기 △모두 표시,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013년 유해검색을 차단하는 '안전모드' 도입 이후 4년 만에 사실상 유해물이나 음란물을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해제 한 것이다.
iOS 앱스토어 텀블러 앱 검색설정 변경 업데이트
애플은 앱스토어 가이드라인 '1. 안전' 항목을 통해 "앱에는 모욕적이거나 민감한 콘텐츠, 혐오스러운 콘텐츠 또는 예외적으로 열악한 콘텐츠가 포함되어서는 안된다"며 차별·혐오·무기·음란물·종교편향·위조정보 등이 포함되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애플은 이러한 내용이 확인된 콘텐츠에 대해 차단, 또는 삭제 등 퇴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텀블러가 검색필터 기능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텀블러에서 쉽게 포르노나 유해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로그인 하지 않을 경우에는 음란물 콘텐츠 검색이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음란물을 미끼로 사용자수를 늘리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매셔블, 더버지 등 현지 IT 매체들은 음란물 검색 차단을 해제함으로써 텀블러가 커다란 도박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앱스토어 내 유해·음란물 노출 및 유통을 강력히 차단하고 있는 애플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소셜 미디어 텀블러가 소통과 정보공유 플랫폼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웹사이트와 스마트폰에서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음란물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