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미네소타 박병호.(사진=노컷뉴스DB)
미네소타 트윈스가 메이저리그의 새 역사를 썼다. 100패 이상을 당한 다음 시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역대 최초의 구단이 됐다.
미네소타는 28일(한국시간)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경기에서 2-4로 졌지만 경쟁팀 LA 에인절스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게 4-6으로 패하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위해 필요한 매직넘버를 제거했다.
놀라운 반전이다. 미네소타는 1년 전 59승103패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정규리그 4경기를 남긴 가운데 83승75패를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100패 이상을 기록한 팀이 다음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역사는 없었다.
1년 전 마운드는 불안했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많았다. 특히 '물타선'이 문제였다. 팀 타율은 30개 구단 중 21위(0.251), 출루율(0.316)은 22위에 그쳤다. 홈런(200개, 리그 12위)과 장타율(0.421, 리그 14위) 부문에서 리그 중위권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올해 미네소타 타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네소타의 평균 득점은 5.1점으로 지난해 4.5점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팀 타율 10위(0.260), 출루율 7위(0.334), 장타율 13위(0.434) 등 타격 주요 부문에서 발전을 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석에 가까웠던 20대 초중반 유망주들의 잠재력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타선의 힘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프로 3년차 미겔 사노는 시즌 111경기에 출전, 타율 0.267, 28홈런, 77타점을 올리며 4번타자 중책을 충실히 소화했다. 1년 전 수비만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중견수 바이런 벅스턴은 타격에도 눈을 떠 타율 0.255, 16홈런, 51타점, 28도루를 올렸다. 특히 후반기에 타율 0.305, OPS(출루율+장타율) 0.913, 11홈런을 몰아치며 잠재력을 꽃피웠다.
여기에 외야수 에디 로사리오 역시 타율 0.292, 27홈런, 78타점을 기록하며 타선에 힘을 보탰다.
미네소타는 2년 전부터 꾸준히 기회를 쌓게 한 20대 유망주들의 성장을 발판삼아 타격 고민을 해결했다.
결과적으로 박병호가 설 자리는 없었다.
박병호는 올해초 미네소타의 40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메이저리그 진입을 위해 노력한 결과 스프링캠프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지만 개막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9월 확장 로스터 시행 때도 미네소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결국 마이너리그에서만 111경기에 출전, 타율 0.253, 14홈런, 60타점의 기록을 남기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만약 미네소타의 2017시즌 초반 타격이 지난해와 비슷했거나 그 이하였다면 박병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병호가 부진과 부상 탓에 마이너리그에서조차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면서 흔치 않았던 1루 겸 지명타자 콜업 기회는 케니스 바르가스 등 경쟁자들에게 돌아갔다.
박병호가 없는 가운데 2루수 브라이언 도지어(타율 0.264, 33홈런, 90타점)와 조 마우어(타율 0.308, 70타점) 등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는 미네소타 타선의 미래를 밝게 했다.
박병호를 영입한 단장과 현 단장은 다르다. 테리 라이언 전임 단장은 작년 해고 통보를 받고 팀을 떠났다. 이는 박병호의 입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새로운 구단 수뇌부는 첫 해에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꾼 반전을 이끌어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의 가을 잔치를 바라보며 묵묵히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박병호는 미국에 남아 부활을 위한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데릭 팔비 미네소타 야구 부문 사장은 지역 언론 '파이어니어 프레스'를 통해 박병호의 포스트시즌 출전 가능성을 일축하며 "그는 비시즌 기간 미국에 남아 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