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며 공개한 불에 그을린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일부. (사진=배익기씨 제공)
지난 2008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자취를 감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10년 가까이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거액의 사례금을 거듭 요구하며 또다시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어 훼손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소유권을 둘러싼 민.형사 소송으로 10년 가까운 세월을 끈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다시 시작됐다.
문화재청의 잇따른 반환요구에 실소유주로 알려진 배익기씨가 낸 소송이다.
청구이의의 소,한 마디로 문화재청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례본을 꼭꼭 숨겨둔 배 씨는 이 소송에서 기증 사례금으로 1천억 원을 거듭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감정가의 10분의 1이라는 설명이다.
배 씨는 "지난 2011년 문화재보호법 위반 재판을 받을 때 검찰이 문화재청에 의뢰해 받은 감정서를 보면 상주본의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지난 4월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해 불에 그을린 해례본의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1년 민사소송 결과를 들어 법적 소유권을 주장하며 계속 반환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사례금 1천억원 요구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소송을 맡은 상주지원 재판부는 상주본의 공개를 위해 법적 판단에 앞서 두 차례나 조정에 나섰지만, 양측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오는 22일 3번째 조정이 예정돼 있지만,합의 가능성은 작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지난 2008년 7월 고서적 수집상을 하는 배씨가 “집수리를 하다가 발견했다”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곧바로 소송에 휘말렸다.
골동품 수집상을 하는 조 모씨(2012년 사망)가 배씨에게 상주본을 도난당했다며 곧바로 물품인도 청구 소송을 내 대법원으로부터 소유주로 인정받은 뒤 국가에 기증해 문화재청이 법적 소유권을 갖게 됐다.
실소유주인 배 씨는 이후 절도죄로 구속됐지만,항소심에서는 최종 무죄를 받으면서 문화재청과 소유권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잇따른 소송으로 세월만 끌면서 이번 한글날에도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못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훼손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