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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할 거라는 편견 깨네…뮤지컬 ‘서편제’

공연/전시

    따분할 거라는 편견 깨네…뮤지컬 ‘서편제’

    [노컷 리뷰] 뮤지컬 ‘서편제’

    이청준 작가의 동명 소설이자, 임권택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서편제’가 뮤지컬로 무대에 올라 공연 중이다.

    뮤지컬 '서편제'는 여러 면에서, 요즘 뮤지컬 시장에서 보기 드문 매력으로 눈길을 끈다.

    매력은 크게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하나는 소재, 다른 하나는 음악, 나머지 하나는 무대이다.

    ◇ ‘우리 것’을 소재로 삼다

    뮤지컬 서편제. (제공 사진)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의 지난 몇 년간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느냐다. 이는 국내 뮤지컬 시장이 포화 상태인 탓이다.

    때문에 창작 뮤지컬을 제작할 때, 해외 진출을 염두하고, 해외 관객들도 낯설지 않을, 국경을 초월한 소재를 선택한다. 나폴레옹, 벤허, 지킬 앤 하이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뮤지컬 ‘서편제’는 가장 한국적이라 할 수 있는 ‘판소리’를 소재로 삼았다.

    라이선스 아니면, 색다르지 않은 창작 뮤지컬 위주의 대형 뮤지컬 시장에서 뮤지컬 ‘서편제’가 흔치 않는 매력을 뽐내는 이유가 이것이다.

    뮤지컬 서편제. (제공 사진)

     

    개봉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는 사람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소재가 세계적일 수도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물론 뮤지컬이 영화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좋겠지만, 소재가 같다고 해서 같은 영광을 누린다는 보장도 없으며,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주장에도 (개인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모두가 기피하는 소재의 뮤지컬을 올리겠다는 것은 제작사가 작품 자체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작품이 매우 탄탄하다. 이러한 바탕에는 기본적인 스토리의 갈등 구조가 뛰어나다는 점과 뮤지컬의 또 다른 축인 음악 그리고 무대 덕분이다.

    ◇ 따분할 거라는 편견 깨는 '음악'

    뮤지컬 서편제. (제공 사진)

     

    '서편제'는 송화, 동호, 유봉 등 각기 다른 세 인물이 가족을 이루어 함께 전국을 유랑하게 되고 각자 아티스트로서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가면서 겪는 갈등, 아픔, 외로움을 음악으로 전한다.

    때문에 음악은 뮤지컬 ‘서편제’의 정서를 전하는 핵심이다. 절절하면서도 드라마틱하고, 웅장해야 한다.

    이러한 중책을 대중음악과 뮤지컬계를 넘나드는 작곡가 윤일상이 맡아 완벽하게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김범수의 ‘하루’ 등 수많은 명곡을 쏟아 낸 히트 작곡가다.

    뮤지컬 서편제. (제공 사진)

     

    ‘서편제’라는 제목 때문에 혹자는 ‘판소리나 창극’이고, 그래서 ‘고리타분’할 거라는 편견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나면 공연은 ‘소리’ 외에도 팝과 록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서로 공존하며 조화를 이룬다. 윤일상의 힘이다.

    또한 이 감성적인 음악을 바탕으로 더욱 탄탄히 짜인 넘버 구성은 관객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서편제’의 대표 넘버 ‘살다 보면’, ‘시간이 가면’ 등은 최근까지도 음악방송에서 리메이크되고, 박보검 김준수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노래로 꼽아 이슈가 되기도 했다.

    ◇ 비움으로써 채워진 '무대'

    뮤지컬 서편제. (제공 사진)

     

    이 같은 소재와 음악이 관객의 듣고 느끼는 것을 만족시켜준다면, 보는 것은 ‘무대’가 채워준다.

    ‘서편제’는 세트가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는데, 이는 영화와 반대된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영화의 경우 팔도강산을 누비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그리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관객의 뇌리에 깊게 남겼다.

    하지만 이를 뮤지컬이 따라 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따라했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에 무대감독은 반대로 흰 화폭처럼 무대를 비우기로 결정하고, 한지를 하나하나 붙여 한국의 미를 살려냈다.

    뮤지컬 서편제. (제공 사진)

     

    빈 여백의 한지는 조명을 만나면서 그 몫을 두세 배 이상으로 해낸다. 한지는 조명을 반사시키지 않고 오히려 머금는다. 그러면서 해지는 노을과 넘어야 할 지리산과 같은 풍경, 심지어 개인 간 고뇌와 갈등 그리고 한(恨)과 같은 감정까지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한다.

    여기에 회전무대 역시 서편제의 정서와 맞닿는다. 회전무대는 유봉, 송화, 동호의 유랑생활을 그리며 시대적 흐름을 나타낸다.

    아울러 유봉의 대사에서 “세상의 중심은 우리”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인생의 굴레를 나타내기도 한다. 회전무대 그저 등퇴장 용도로 쓰이는 여타 뮤지컬과는 색다른 지점이다. 11월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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