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사장.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고대영 KBS 사장이 보도국장이던 지난 2009년 5월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에 대한 국정원 개입 보도'를 막은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23일"검은 돈 받고 보도 무마한 KBS 고대영 사장은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조사결과 "KBS 담당 정보관(I/O)이 2009년 5월 7일자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에 대한 불보도를 협조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KBS 담당 정보관이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불보도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 원을 집행한 것에 대한 예산신청서·자금결산서 및 담당 정보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개혁위는 "KBS 보도국장의 현금 수수와 ‘院(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불보도 행위는 뇌물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어 검찰에 수사의뢰가 필요하다”고 국정원에 권고했다.
당시 보도국장은 바로 고대영 사장이다. 언론노조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 파괴 공작 중 가장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공영방송 KBS의 뉴스를 책임지고 있는 보도국장이라는 자가 돈 200만 원을 받고 보도를 빼 준 사실은 굴욕적이다 못해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KBS기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기사 축소 등으로 추락한 KBS 뉴스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93%의 찬성률로 고대영 보도국장 불신임을 결의한 바 있다.
언론노조는 "언론인으로서의 양심과 영혼을 권력에 팔아먹은 대가로 KBS 사장 자리에 앉아있는 고대영은 당장 사퇴"하고, "KBS의 모든 구성원들과 시청자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로 요구했다.
또 "검찰은 지금 당장 고대영의 뇌물죄를 철저히 수사해 사법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국정원이 보도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SBS와 일부 언론사들, 양대 공영방송인 MBC에 대한 당시 보도 개입 사실을 낱낱이 밝혀내고 책임자와 관련자 전원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사실로 드러나면 고대영 사장은 5천 KBS 직원과 시청자들 앞에 석고대죄 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KBS 사측은 이날 저녁 입장자료를 통해 "2009년 5월 고대영 당시 KBS 보도국장이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기사 누락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을 당사자에게 확인하지도 않은 채 일부 언론에 공개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법적 대응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