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느닷없이 불거진 '혼외자' 사건으로 쫓겨났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이 사건 배후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권고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됐다.
그렇지만 개인정보를 수집한 국정원 직원 송모씨는 국정원 개혁TF 조사에서 배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아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한 국정원 직원 송씨, 왜 배후를 불지 않고 입을 다물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먼저 국정원 직원 송씨가 누구냐?= 국정원 직원으로 서울 서초구청을 담당하는 정보관이다. 통상 IO라고 한다.
검찰의 공소장과 판결문 등에 따르면 송 씨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2013년 6월 7일부터 10일까지 강남교육지원청 간부 유 모 씨에게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 아들로 알려진 아이의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이 맞는지 확인하고, 아이의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아 달라고 요청했다.
송 직원은 또 서초구청 조 모 국장에게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 아들로 알려진 아이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확인해 출생지와 출생신고일, 출생신고자 등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고, 조 국장은 부하 직원을 통해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뒤 그 아이가 '혼인 외의 자'라는 사실 등을 확인해 준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관련 뒷조사를 한 국정원 정보관이 송 직원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송 직원은 이미 기소돼서 재판을 받지 않았나?= 2014년 5월 7일 검찰은 국정원 직원 송씨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조 모 씨, 그리고 서초구청 국장 조 모 씨 등 세 사람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로 알려진 채군의 개인정보를 불법취득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송씨에 대해 1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돼서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는 벌금700만원으로 감형이 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2016년 1월 채 전 총장 혼외자 정보유출 사건 항소심에서 국정원 직원 송 모 씨와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 조이제 전 서초구청 국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송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조 전 행정관은 무죄, 조 전 국장에겐 징역 8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송직원은 불법행위에 대해 국정원 내부 징계조차 받지 않았고 아직 국정원 재직 중이다.
▶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배후가 있다고 단정적으로 언급을 했었는데 그 배후는 밝혀졌나?=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검찰 수사가 배후까지는 추적하지도 않았고 실무자 3명에 대해서만 기소를 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뀐뒤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가 가동돼서 내부 조사를 벌였지만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송직원이 일체 입을 열지 않고 있어서 배후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에서는 강제수사권이 없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 하기로 했다. 이제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송 직원의 이 사건 범행이 비록 비난 가능성이 크기는 하나, 이는 결국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인 외의 자 의혹을 검증하는 등으로 이를 구실로 검찰의 적극적 수사를 방해하고자 하는 모종의 음모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상부 내지는 그 배후 세력 등의 지시에 따라 저질러졌을 것임이 능히 짐작된다"고 밝혔다. 국정원 고위층 또는 청와대 등이 배후세력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그렇지만 송직원은 배후에 대해 일절 입을 열지 않고 있다고 한다.
▶ 당시 사건의 전모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나?= 그렇다. 국정원 개혁위가 내부 메인서버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국정원의 한 간부는 당시 채 총장의 혼외자 의심을 받던 '채군'의 이름과 소속 학교 등 상당히 구체적인 신상정보 내용이 포함된 첩보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는 국내정보 부서장을 거쳐 서천호 당시 2차장에게 보고됐다.
이날은 국정원 '송직원'이 서울 강남교육청 교육장을 찾아가 채군의 이름과 학교·학년을 확인한 날과 일치한다. '채동욱 혼외자 첩보'를 보고받은 국정원 수뇌부가 송 정보관에게 검증을 지시했을 개연성이 충분한 대목이다.
개혁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채동욱 혼외자 첩보'가 보고된 무렵 '2차장-국내정보부서장-직속처장'간 통화기록이 빈번하게 있었고 국정원 직원 수십명이 컴퓨터에서 '채동욱'을 인물 검색한 사실도 확인했으나, 국정원의 조직적인 개입을 입증할 만한 진술을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개혁위는 "국정원 지휘부가 혼외자 첩보를 인지하고 있었고 송 직원의 불법행위 전후 계선간부들의 특이동향(인물 검색 및 통화 빈번) 등을 감안할 때 송 직원 단독행위가 아닐 개연성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송 정보관의 '윗선'을 밝혀달라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권고했고, 국정원은 26일쯤 검찰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 송 정보관은 왜 배후에 대해 입을 다무는 거냐?= 송 직원은 항소심 재판부에서 지적한 대로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최말단 정보관으로 스스로 법을 어겨가면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관련 정보수집을 했을리 만무하다.
검찰이나 국정원 개혁위에서도 송 직원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정보수집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송 정보관은 채군의 정보를 캔 이유에 대해 "한 식당 화장실에서 채 전 총장의 혼외 의심 아들 채군의 이름과 학교·학년을 우연히 처음 듣고 확인작업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하며 '윗선'의 지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송 직원이 이렇게 입을 다무는 이유는 첫 번째는 더이상 잃을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개혁위 관계자는 "이미 기소돼서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으니 공무원직은 유지가 되니까 더 이상 잃을게 없다고 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을 때 이미 국정원 윗선으로부터 대가를 받았거나 받기로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말단 직원이 재판에 회부돼 징역형이 선고됐을 때 윗선을 불지 않는 조건으로 뭔가 댓가를 받았거나 받기로 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위 관계자는 "민감한 부분이어서 서류보다는 전화로 지시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본인의 동의없이는 자택이나 이메일 등을 들여다 볼 수 없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 검찰에서는 제대로 밝혀질까?= 국정원 내부 감찰조사에서는 강제수사권이 없다보니 배후를 밝히지 못했다. 검찰에서는 이메일과 금융계좌, 자택과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밝혀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국정원 개혁위 관계자는 "국정원 내부에서 지시를 받았으면 자료가 남았을텐데 국정원 내부 자료가 안나오는 걸 보면 국정원 외의 지시를 받았는지 아니면 청와대와 연결돼 있는지를 밝히는게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위의 또다른 관계자는 "뒷조사 시점이 국정원 선거개입 여부에 대한 민감한 시점이었지만 당시 검찰수사가 국정원 내부에 대해서는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에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강제수사를 벌이면 다른 단서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사는 의지의 문제이고 국정원 메인 서버에서 확보한 자료들이 있는 만큼 수사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이런건 중대범죄 아니냐? 그들은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중대범죄를 관행처럼 했다고 하면 더 큰 문제"라면서 "수사의뢰가 없어도 수사를 해야할
사안인데 (국정원에서) 수사의뢰를 하겠다니까 철저하게 수사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국정감사에서 "들여다보겠다"며 수사의지를 나타냈다.
▶ 그런데 당시 검찰이 수사지휘부서를 바꿔가면서 청와대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그렇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당시 '채동욱 찍어내기'에 대한 검찰수사가 부실했다는 걸 확인했다.
이 사건 관련자에 대한 기소시점이 2014년 5월 7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라는 얘기다. 당시 검찰이 기소한 세 명중 조오영 행정관은 '문고리 3인방' 중 1명인 이재만 비서관의 부하였다.
당시 대검찰청에서는 지휘부서가 형사부였다. 형사부에서는 청와대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따른 수사를 지휘하다보니 반부패부에서 이 사건을 가져갔고 결국 최말단 공무원 3명 송 정보관과 조오영 행정관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 등 3명만 기소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김진태 검찰총장, 강찬우 반부패부장, 그리고 최근 출국금지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이 선임연구관으로 담당자였다고 한다.
▶ 당시 수사부실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게 되나?= 그건 검찰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만 법률검토나 내부 판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담당 수사팀과 어떻게 교감이 이뤄졌는지 밝혀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하리라고 본다.
최근 법무법인 서평 사무실에서 만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오른쪽 기둥 뒤로 그의 명패가 보인다. (사진=권영철 선임기자)
▶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어떻게 지내나?= 어저께 새로 문을 연 법무법인 서평 사무실에서 만났다.
검찰총장 지명 과정과 그 이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과정, 그리고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과의 갈등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이미 알려진 사실들이지만 채 전 총장의 입을 통해 그 과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갑자기 혼외자 문제가 불거진 과정에 대해서도 들었다. 다만 이 문제는 채 전 총장이 당하는 문제여서 국정원 개혁위의 조사나 검찰의 수사전망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애 없다.
▶ 혼외자 관련해서 유전자 검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그 부분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채 전 총장은 아이가 성인이 될 때 유전자 검사를 하기로 했다면서 그 질문에는 곤혹스러워 했다.
채 전 총장이 그린 그림 (사진=권영철 선임기자)
▶ 채 전 총장이 그림을 그리는 걸로 알려졌었는데?= '생명의 나무' 봄, 여름, 가을 겨울 작품이 뉴욕 전시장에 출품되기도 했다. 그 어려운 시기에 그림을 그리면서 버텼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 그린 유화가 130여점에 이른다고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