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장관 자료사진 (사진= 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취임 4개월을 맞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엄중한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강 장관이 외교 수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이는 것이다.
강 장관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취임 초부터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다. 우리 외교부 사상 첫 여성 장관으로서 '유리천장'을 깼고 파격적 조직 개혁과 소통하는 리더십을 시도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안보 위기가 더 급박해지고 있는 상황이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선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국면이 계속되고 있고, 군사적 대응 옵션까지 거론되면서 국민들의 전쟁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제재에 소극적이다. 동북아 내 핵무장 주장까지 심심치않게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 강 장관의 존재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에서 어떠한 중재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매번 '협력'이나 '공조'란 추상적인 말만 반복될 뿐이다.
물론 외교의 성과가 기계적인 투입 대비 효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같은 상황에서 외교수장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 장관이 '전략핵과 전술핵의 차이'를 잘 설명하지 못해 논란이 됐던 것 역시 이같은 우려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외교부의 한 직원은 "강 장관에 대한 기대치가 정권 초부터 컸던 만큼 높은 잣대가 적용되는 것 같다. 외교부 장관이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지 않나. 어찌 되었건 지금같은 상황에서 장관에 대한 여러가지 우려가 나오는 상황 자체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외교부 안팎에선 외교수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강경화 패싱론'이 거론되는 것도 이같은 문제의식의 일환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강 장관이 아닌 문정인 특보에게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외교안보 사안마다 강 장관의 발언보다 문 특보의 말이 더 대서특필됐기 때문이다.
강 장관이 추진한 '공관장 30% 외부임용' 등 혁신안을 두고서도 내부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국감에서도 재외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는 것과 특임공관장 비율을 확대한 것 등을 두고 문제가 제기됐다.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특임공관장 비율을 두고 외교부 내 반발이 극심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강 장관은 취임 초기 외교부 직원들로부터 적잖은 지지를 받았다. 그 지지의 기반은 지금까지와는 '무언가 다른' 외교를 보여줄 수 있다는 희망이었을 것이다. 강 장관을 가까이서 본 직원들은 강 장관이 누구보다도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양자회담에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이끌어간다고 평가한다.
아직 기회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방한하고, 차기 지도체제 정립이 끝난 중국이나 일본과도 새로운 관계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할 기회는 충분하다. 외교는 모든 것을 공개할 수 없는 '고차방정식'이지만, 그 가운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활동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도 외교수장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