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주혁. (자료사진)
배우 김주혁(45) 씨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연예계가 충격에 빠졌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다방면에서 활동한 고인을 애도하려는 듯 일정들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고인은 30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교통사고가 났고, 사고 후 건국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숨졌다. 향년 45세.
사고 소식을 접한 고인의 연인 배우 이유영 씨는 큰 충격 속에 촬영차 내려갔던 부산광역시에서 급히 상경했다. 이 씨는 SBS 예능 ‘런닝맨’ 촬영차 부산에 있었다.
이날 SBS에 따르면, 런닝맨 부산 촬영은 비보를 접하자마자 중단되었으며, 이 씨는 곧바로 상경했고, 런닝맨 멤버들과 다른 게스트들도 상경했다.
영화계도 행사 일정을 중단하거나 축소함으로써 고인을 애도했다. 먼저 이날 저녁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영화 '부라더'의 VIP 시사회가 취소됐다.
감독과 출연진이 함께하는 영화 '침묵'의 네이버 ‘브이앱 라이브 톡’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했지만, 사실상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출연 배우 최민식 씨는 "아끼는 후배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운명을 달리했다"며 "관객과의 만남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여러분과 약속이 있기에 이 자리에 섰다. 우리의 소중한 김주혁 씨를 추모하는 자리도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31일 오전 CGV압구정에서 예정된 영화 ‘반드시 잡는다’ 제작보고회도 취소됐다. 배급사 뉴는 "전체 행사 일정이 취소됐다. 일정은 추후 안내하겠다"고 전했다.
고인과 인연이 있던 프로그램 또는 배우들은 SNS 등을 통해 애도를 표시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문성근 씨는 고인의 사망 기사와 함께 "아~ 김주혁. 무대인사 다니며 '속이 깊구나' 자주 만나고 싶어졌는데… 애도한다"고 썼다.
배우 이시언 인스타그램 캡처.
영화 '좋아해줘'에서 고인을 만났던 배우 유아인 씨는 인스타그램에 "애도는 우리의 몫; 부디 RIP(Rest In Peace)"라고 남겼다.
배우 이시언 씨는 인스타그램에 "예전에 대학로서 인사드렸던 이시언입니다. 선배님, 그곳에선 행복하십시오. 존경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고인의 사진을 게재했다.
윤성호 감독은 "인터뷰어로서 짧게 마주친 일 외에 별 인연은 없었지만 지인들과도 작업을 여럿 해오셨고, 뭣보다. 내가 팬이었던, 언젠가 저분과 협업할 수 있겠지 했던, 대중들의 친근한 동행이었던 김주혁 님의 비보, 안타깝고 허망하다. 부디 좋은 곳에서 쉬실 수 있길"이라고 전했다.
이송희일 감독 역시 "인생 참 덧없고 황망하구나. 너무 아까운 배우가 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고인이 ‘구탱이 형’이라는 별칭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KBS 2TV 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 측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모든 출연진과 스탭들은 영원한 멤버 김주혁 님의 충격적인 비보에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마음을 다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포스터를 올린 후 "작년 이맘때쯤, 아트나인에서도 영화로 관객들을 만났었는데… 오늘 너무나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배우 김주혁님의 명복을 빕니다. Rest in Peace."라는 트윗을 남겼다.
자신을 2003년 제작된 영화 '청연'의 스태프라고 밝힌 한 네티즌(아이디: @kino****)은 30일 자신의 SNS에 "제부도 촬영현장에서 발을 다친 나를 제작실장이 주연배우 쉬라고 잡아놓은 방으로 보냈다. 잠깐 누워 있다가 가야지 했다가 잠이 들었고, 잠결에 소리가 나서 깨보니 주연배우(김주혁)가 살며시 나가려다가 내가 깨자 '미안해 좀 더 자'라며 매우 미안해하며 나갔다"고 고인이 당시 자신에게 보여줬던 따뜻한 배려를 전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어 그는 "내 기억 속의 김주혁 배우는 그런 모습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김주혁의 사망을 애도했다.
손석희 앵커는 이날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는 찰나라서 허망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며 입을 열고는 "오늘 한 사람의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마침 얼마 전에 저널리즘을 다룬 드라마(tvN '아르곤')에 출연해 그 나름의 철학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며 "연기였다곤 해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연대감도 생겼다"고 추모했다.
직접적인 인연이 없어도, 안타까운 소식에 들은 연예인들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가수 선미 인스타그램 캡처.
가수 선미 씨는 인스타그램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란 글과 함께 국화 그림을 올렸고, 하리수 씨도 고인의 사진을 첨부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가수 별 씨도 "내일 예정된 (11월 4일 팬미팅) 당첨자 발표는 잠시만 미루겠다. 직접적인 친분은 없으나 연예계 선배님이시고 평소 팬으로서 지켜보았던 멋진 분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슬프기 그지없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공식 계정을 통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배우 김주혁 님의 명복을 빕니다. 유작은 현재 촬영 중인 '독전'인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30일 오후 故 김주혁이 이송된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병원을 찾은 소속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늦은 시각에도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건대병원으로는 애도하는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고인의 소속사 나무엑터스 측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나무엑터스 김석준 상무는 31일 0시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진 뒤에야 장례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장례절차에 대해서는 추후 알리겠다"고 했다. 또한 쏟아지는 추측성 보도에 대해서는 자제를 당부했다.
◇ 배우 故 김주혁은…
드라마 '카이스트'에 출연한 김주혁 씨. (영상 캡처)
1972년생인 고인은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연극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영화 '도시비화'를 통해 스크린에 입성,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하며 정식 데뷔했다. SBS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명환 역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데뷔 당시 고 김무생의 아들로 주목받았으나, 아버지의 그림자를 금방 넘어섰다.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연기세계를 구축하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싱글즈'에 출연한 김주혁 씨. (스틸 사진)
배우로서 본격적인 두각을 나타낸 것은 영화 '싱글즈'(2003)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 '광식이 동생 광태'(2005)부터였다.
고인은 일상적이면서도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선보여 대중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에서는 '프라하의 연인'(2005)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더욱 인기를 모았고, 이 작품으로 제42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이후 '아내가 결혼했다', '방자전', '비밀은 없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좋아해줘' '공조'를 비롯해 드라마 '구암 허준', '무신' 등 로맨틱 코미디뿐만 아니라 멜로,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2013년 예능 프로그램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고정 멤버로 2년간 활약하면서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 '구탱이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5년 배우 활동에 매진하기 위해 하차했지만 이후에도 인터뷰를 통해 1박2일'과 멤버들, 스태프들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표했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17세 연하인 배우 이유영 씨를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영화 '공조'의 김주혁 씨. ('공조' 스틸컷)
영화 '공조'(2016)는 고인의 연기 인생의 또 다른 터닝포인트였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흔치 않은 악역 캐릭터 차기성을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조'는 780만 명에 이르는 관객수를 기록하며 그의 주연작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지난 27일 열린 '더 서울 어워즈' 시상식에서 고인은 '공조'에서 차기성 역으로 영화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연기생활 20년 만인데 영화에서 상을 처음 받아본다. 로맨틱 코미디 물을 많이해 항상 갈증이 있었다. 기회를 주신 김성훈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감격 어린 소감을 남겼다.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아르곤'에서는 정직한 보도를 추구하는 기자 역으로 열연했으며, 아직 개봉되지 않은 영화 '독전', '흥부' 등은 유작으로 남을 전망이다.